[현장] “영어 배워 북한의 실상 세계에 간증하고 싶어요”

OMS선교회 등 통일선교단체 ‘탈북민 영어캠프’

[현장] “영어 배워 북한의 실상 세계에 간증하고 싶어요” 기사의 사진
원어민 영어교사 노마 캘리콧씨가 9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에서 열린 영어캠프 ‘어드벤처 인 잉글리시 포 유나이티드 코리아’에서 참가자들에게 퀘스천 게임에 필요한 종이를 나눠주고 있다. 부천=강민석 선임기자
“헤브 유 허드 오브 방탄소년단(Have you heard of BTS)?” “예스!”

9일 오후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 100주년기념관 한 강의실. 한 무리의 탈북민과 원어민 영어교사들이 서로의 관심사를 영어로 묻는 ‘퀘스천 게임(question game)’이 한창이었다. “두 유 라이크 초콜릿아이스크림?”이라고 영어교사가 묻자 한 탈북 학생은 “예스, 아이 라이크 초콜릿아이스크림” 하며 답했다. 궁금한 것을 묻고 ‘예스’나 ‘노’로 답하며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처음엔 영어로 말을 건네기가 어색해 쭈뼛거리던 이들도 게임을 하면서 이내 적극적으로 원어민 영어교사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씩 영어에 자신감이 붙자 얼굴 표정도 밝아졌고 웃음소리도 커졌다.

국제선교단체 오엠에스선교회(OMS)와 통일선교단체 PN4N, 사랑나루선교회가 공동 주최한 탈북민 대상 원어민 영어캠프 ‘어드벤처 인 잉글리시 포 유나이티드 코리아(AIE4UK)’ 첫날 풍경이다. 이날부터 2박3일간 열리는 캠프에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꿈학교와 남북사랑학교 학생, 탈북민 목회자 25명이 등록했다. 원어민 영어교사는 미국과 호주 출신으로 10명이 참가했다.

캠프 기간엔 오직 영어로 대화하는 게 규칙이다. 이날 예배와 강의 등 모든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됐다. 하지만 참가 학생 중 한국어나 중국어만 할 수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아 프로그램 간간이 2개 국어 통역사를 세워야 했다. 또 교재에 기본 영문법 및 영단어 관련 내용을 영어 한국어 중국어로 각각 표시해 영어를 전혀 몰라도 따라 읽으며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참가 학생들은 영어 구사 수준에 따라 9개 조로 나뉘었다. 교사 1명당 학생 두세 명이 배속됐다. 이들은 3일간 조별 교사로부터 일상회화부터 찬양 예배용어 연극 등을 영어로 배운다. 지난해부터 남북사랑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밟고 있는 탈북민 신은화(22·여·가명)씨는 “영어를 잘 못하는데 외국인 선생님과 대화하고 노래도 부르니 재밌다”며 웃었다. 한꿈학교 고등과정 권한일(16·가명)군은 “영어로 대화하니 마치 외국에 온 것 같다. 원어민 선생님이 친절해 영어가 금방 익숙해진 느낌”이라며 “남한에 와 가장 부족하다고 느낀 게 영어인데 캠프 이후로도 계속 열심히 공부하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캠프는 원래 탈북민 목회자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이들의 영어실력을 키워 북한의 실상을 해외에 알리는 동시에 세계교회에 한반도 통일의 중요성과 북한선교 동원을 요청하자는 목표에서였다. 작년부터는 대상을 확대해 탈북 청년까지 신청을 받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원어민 영어교사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자체를 흥미롭게 생각했다. 미국 켄터키주에서 온 직장인 그레이스 리카드(23·여)씨는 “2016년부터 매년 여름 이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는데 탈북민 청소년을 만나는 건 처음”이라며 “이야기를 나눠 보니 다들 똑똑하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한국에 와서 그런지 영어를 배우려는 열정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행사를 주최한 사랑나루선교회 대표 구윤회 목사는 “영어 자체가 목적인 일반 캠프와는 달리 이 캠프는 영성과 지성을 겸비한 탈북민 다음세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훗날 이들이 통일한국을 섬기는 일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수진 OMS 한국대표 역시 “참가자들이 영어에 자신감을 얻어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 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천=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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