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t당 가격 훨씬 싼데… 남동발전은 북한산 정말 몰랐나 기사의 사진
10개월에 걸친 관세청 수사 결과 북한산 석탄 반입은 사실로 밝혀졌다. 그러나 정부의 늑장 조치, 최종 소비 기업과 시중은행 ‘면죄부’ 의혹 등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3가지 핵심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를 짚어봤다.

①남동발전, 은행은 몰랐을까=관세청은 지난 10일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산 석탄을 사용한 남동발전과 대금 지급창구로 활용된 2개 시중은행을 기소 의견 대상에서 뺐다. ‘선의의 피해자’로 봤다.

관세청 설명대로 북한산 석탄과 선철 수입에 연루된 시중은행의 경우 몰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에 기소된 선철 불법 수입업체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신용장을 발급받았다. 석탄은 아예 대금 결제 없이 현물(석탄)이 오갔다.

다만 남동발전의 경우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지난해 10월 남동발전이 경쟁입찰을 실시했을 때 북한산을 불법으로 들여온 H사의 응찰 가격은 t당 96달러로 다른 4곳(124∼142달러)보다 훨씬 낮았다. 앞서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동서발전은 지난해 3월 한 무역중계업체가 제공하겠다는 석탄의 출처가 의심스럽다고 신고했었다. 이 업체는 부정당업체로 제재를 받았다. 남동발전이 동서발전처럼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②수입업체 일탈인가, 조직적 ‘몰래 반입’인가=이번에 연루된 수입업체는 3곳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산 석탄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항구에 하역한 뒤 다른 선박에 바꿔 실었다. 이후 원산지증명서를 러시아산으로 위조해 관세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세관 감시가 엄격해지자 석탄을 원산지증명서가 필요 없는 ‘코크스’로 품명을 거짓 신고하기도 했다.

세관 당국이 이들의 불법행위를 뒤늦게 알아챘지만 방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왜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의심 선박’이 이후에도 한국을 드나들 때 억류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뚜렷한 증거 없이 무작정 선박을 억류할 수는 없다. 일본 등 다른 나라 역시 이들 의심 선박을 억류하지 않았다.

③정부 ‘봐주기 조사’했나=관세청은 12일 언론해명자료를 내고 늑장 및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관세청은 수사 장기화 이유로 ‘방대한 자료’ ‘주요 피의자들의 수사 방해’를 꼽았다. 지난 2월과 7월 핵심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 의견으로 수사지휘를 건의했지만 검찰이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수사 방해와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는 일반적인 사건에도 있는 일이다. 관세청은 보다 확실히 북한산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이미 지난해 10월 미국 등은 한국 정부에 구체적인 혐의 정보를 제공했었다. 한 해운업체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세탁’하는 데 이용된 러시아 홈스크항의 전용부두를 임차하면서 작성한 계약서에는 ‘북한산 석탄’ ‘북한 선박·선원’이란 문구가 명시돼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봐주기’는 없었지만 속도감 있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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