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누진제 기사의 사진
2년 전 여름 ‘에어컨 4시간’이란 웃지 못할 단어가 회자됐다. 무더위로 에어컨 등 냉방기를 돌린 가정이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를 받아든 직후였다. 누진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급하게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한 고위 관료는 “하루 에어컨 4시간만 켜면 전기요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한 마디에 국민 분노는 폭발했다.

올해도 재난에 가까운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111년만의 폭염 기록을 세웠다. 같은 시기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5개월간 비가 오지 않는 여름 가뭄이 계속됐다. 곳곳에 산불이 났다. 텍사스주는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똑같은 이상 더위에도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를 걱정하는 한국 가정과 달리 미국 가정은 전기요금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가정은 에어컨 두 대를 돌려 1200㎾h의 전기를 썼지만 전기요금은 220달러(약 24만8500원)였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가정은 990㎾h의 전력을 쓰고도 100달러(약 11만2900원)가 조금 넘었다. 우리나라 가정은 절반인 500㎾h를 사용하고 10만4140원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었다.

2년 전 국민의 질타를 받은 뒤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개선했음에도 국민은 다른 나라와 전기요금을 비교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단순 비교는 무리다. 산유국인 미국은 발전 단가가 싸 전기요금도 저렴하다.

문제는 누진제가 국민을 납득시키기엔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일단 검침일이 그렇다. 검침 날짜에 따라 누군가는 폭염에 사용한 전기요금을 몰아서 내고 누군가는 분할 납부한다. 한국전력공사의 대응도 화를 키우고 있다. 검침일 관련 문의가 몰리면서 안내전화는 불통이었다. 전화 연결이 돼도 방문검침일 선택은 한전과 협의한 뒤 24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1000㎾h 이상 사용하는 슈퍼 유저 제약도 미미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2년 전에 이어 또 다시 전기 요금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게 계절과 시간에 따라 요금을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다.

그러나 정부가 전기요금 폭탄을 제거하기에 앞서 생각할 게 있다. 국민이 원하는 전기요금제가 무엇인지 공감하려는 자세. 혹여 ‘에어컨 4시간’ 같은 현실감 떨어진 정책을 내놓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을 위해서 말이다.

서윤경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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