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성인 아토피 환자의 이중고, 어른 되면 낫는다? 평생 고통 벼랑 끝 투병 기사의 사진
아토피피부염은 온 몸에 가려움증과 염증을 동반한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든 중증의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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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6년 만에 신약 나왔는데 건강보험 적용 안돼 ‘그림의 떡’
1회 주사에 172만원이나 들어 환자들 경제적 부담 덜어줄 사회적·제도적 지원이 시급


“어릴 때 아토피피부염이 잠시 있다가 괜찮아져 결혼까지 했는데, 임신 말기로 가면서 급속도로 온몸이 가려워 지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난 후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때부터 아토피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가렵고 진물이 나고….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긁다보면 온몸이 피범벅이 되기 일쑤입니다. 한마디로 사람의 삶이 아닌 거죠. 죽어야만 이 모든 것이 끝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5세 이지선(가명·여)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난치성 피부질환을 겪는 고통과 애환이 절절히 묻어난다. 아토피피부염은 흔히 유·소아의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춘기 이후까지 지속되는 비율이 40∼60%에 달한다. 성인이 돼 새로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토피 진료, 43%는 성인

아토피피부염은 유전·환경적 원인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계가 염증 반응 물질을 피부 표면에 전달하면서 염증이 생기고 그로 인해 신체 여러 부위에 가려움증, 발진 등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토피피부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94만292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세 이상이 42.7%(40만2938명)다. 이들의 4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11만여 명은 극심한 가려움증과 염증 소견을 보이는 ‘중등도(중간) 및 중증’의 아토피피부염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이동훈 교수는 “성인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주거 및 근무 환경의 변화, 사회적 스트레스도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증의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가려움증 등으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피부과학회지에 발표된 아토피피부염 환자 대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63%가 하루 12시간 이상 가려움증을 경험하고 55%는 가려움증 때문에 1주일에 5일 이상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심각해지는 악화기에는 목욕조차 힘들어진다. 이런 신체적 고통으로 인해 성인 환자 3명 가운데 1명은 불안과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환자 84% “대체의학 경험”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괴롭히는 건 질병의 고통 뿐 아니다. 오랜 치료기간 동안 드는 직·간접 비용 또한 상당하다. 병원 치료비 외에 민간요법 등에 큰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인터넷 블로그와 환자 카페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약이나 치료 정보를 접하고 무분별하게 시도하고 있다.

앞서 소개된 이지선씨도 아토피피부염 증상 완화에 좋다고 알려진 약초를 구입해 사용하거나 가려움증을 없애기 위해 소금물로 몸을 씻는 등 갖가지 민간요법을 시도했다. 이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 중 시도 안 해 본 게 없다”면서 “목초액 달맞이꽃 종자유 알로에 등 누가 써 봤다는 건 거의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부산대병원이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조사했더니 전체의 84%가 대체의학을 이용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심할수록 대체의학 의존도는 높았다. 경증 환자들은 75.0%, 중등도 환자들은 82.8%, 중증 환자들은 91.7%가 대체의학을 시도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종류별로는 한약이 73.8%(이하 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고 온천 및 목욕요법(47.6%) 건강보조식품(39.3%) 식이요법(25.0%) 등이 비교적 자주 이용됐다. 목욕 요법에는 녹차 해초 소금물 쑥 탱자 뱀딸기풀 어성초 숯 쌀뜨물 버섯 검정콩 볏짚 느릅나무 등이 주로 사용됐다. 건강보조식품에는 가시오가피 동충하초 클로렐라 프로폴리스 노니 상황버섯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대체의학의 경우 만족할 만한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할 뿐 아니라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 가운데 대체의학 이용 후 증상 변화가 없거나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74.7%에 달했다. 더 악화된 환자들은 뒤늦게 다시 병원을 찾는다. 완치되지 않는 고통에 답답해하는 환자들이 이 방법, 저 방법을 써 보며 탈출구를 찾지만 무의미한 비용 지출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 30대는 사회생활에 제약

피부를 긁다가 피가 나고 진물이 흐르는 게 일상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침구류와 의복 교체도 잦다. 증상 호전을 위해 꾸준히 식단을 준비하고 주거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직접적인 치료비 못지않게 부차적으로 드는 비용이 만만찮다는 얘기다. 중증의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간접비로만 월평균 77만원, 연평균 924만원을 쓴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유병 기간이 대략 23∼28년에 달한다. 한 환자가 최대 28년간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앓는다고 할 때 들어가는 간접비용은 약 2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직접 치료비를 더하면 성인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1인당 4억6000만원이나 된다. 수도권 아파트 한 채 값을 직·간접 비용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이동훈 교수는 “특히 한창 일할 나이인 20, 30대에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앓게 될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실제 어릴 때부터 아토피피부염을 앓아 온 김민수(가명·32)씨는 오랫동안 써 온 스테로이드약의 부작용으로 한쪽 시력을 잃었고 결국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김씨는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잘 어울릴 만큼 활달한 성격이었는데 증상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콤플렉스가 생겼다”면서 “스무 살 이후에는 친구도 거의 없었고 시각 디자이너의 꿈도 포기했다.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직장을 다니더라도 조퇴와 결근을 반복하다 결국 김씨처럼 일자리를 잃거나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경우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비 압박에 시달린다.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면 증상이 악화되고 사회활동은 더욱 어려워진다.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종합병원 등에서 외래 진료 시 증상의 심각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경증질환으로 일괄 분류돼 중증 환자들의 치료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의 질병 코드는 ‘기타 아토피부피염’과 ‘상세불명의 아토피피부염’ 2가지로만 구분돼 있다. 그런데 2011년 도입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외래 진료 시 52개 경증질환(감기 두드러기 등)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 정책에 따라 아토피피부염이 경증질환 가운데 하나로 묶여 버린 것. 이렇게 되면 약값의 본인 부담률이 종합병원의 경우 40∼50%, 상급종합병원은 50∼60%가 된다. 다른 일반 질환의 본인 부담률(30%) 보다 훨씬 높다. 획일적인 분류 기준에 의해 중증의 아토피피부염도 가벼운 질환으로 취급돼 더 많은 약값을 내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반면 아토피피부염과 증상이 비슷한 건선은 지난해 6월부터 중증일 경우 별도의 질병코드를 부여받아 산정특례(본인 부담 10%)대상으로 지정받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와 환자들은 “아토피피부염도 중증일 경우 건선처럼 질병코드를 별도 지정받아 본인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전문의는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환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경제적 부담을 낮춰줄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약 건보 적용 시급” 청와대 청원 쇄도

아울러 최근 국내에 허가된 새로운 성인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신속히 이뤄져 환자들이 하루 빨리 신약을 접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3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듀피젠트는 아토피피부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물질(인터류킨-4 및 13)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약효를 내는 치료제다. 기존 치료법인 스테로이드제와 전신 면역억제제, 광선 치료 등에 비해 독성과 부작용 위험이 훨씬 적다. 미국에서도 2014년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 허가가 필요한 ‘획기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선정된 뒤 지난해 3월 최종 판매 허가를 받았다. 2001년 이후 16년 만에 등장한 아토피피부염 치료 신약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1회 주사에 172만원이나 든다. 격주로 접종해야 해 연 24회 주사에 약 4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약의 신속한 건보 적용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최근 몇개월 사이 6건이나 올라왔다. 한 청원 글은 “중증의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한 가닥의 동아줄 같은 희망이 생겼는데, 너무 고가여서 새 치료제를 두고도 고통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제약사 측은 “현재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며 “가을쯤 국내 공급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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