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계택] 직무 다르면 임금체계도 달라야 기사의 사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해고됐던 승무원들을 특별 채용하기로 최근 결정한 한국철도공사에서도 정규직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정규직화 작업은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직무관리 체계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철도공사는 남북 철도협력 사업을 비롯해 대륙철도 사업까지 미래 사업을 활발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직무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많은 작업과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우선 어떤 직무를 정규직 대상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고, 정규직 대상 직무를 확정하더라도 원청 기관의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원청으로 전환되든 자회사로 전환되든 새로운 직무 체계, 승진 체계, 임금 체계 등을 갖추고 적용해야 한다. 원청으로 전환되는 인력과 자회사로 전환되는 인력 사이의 직무 가치 정도를 고려해 상대적인 임금 및 근로 수준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철도공사는 철도차량 정비, 선로 보수, 전기 보수 등 다양한 직무를 담당하는 파견 및 용역 근로자들이 존재하고 비정규직 인원이 6793명이나 됐다. 이 때문에 정규직 전환 작업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직무별로 이슈 및 요구사항이 다 달랐고 용역을 준 하청업체들도 89곳으로 매우 많은 수였다. 이렇게 다양한 직무 및 조직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9월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한 이후 지속적인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서로의 이견을 좁히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효율적인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직무들을 청소·경비 분과, 운수 분과, 기술 분과로 구분해 별도의 분과별 협의를 진행했다.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지면 중앙협의기구에서 정리하고 다시 분과별로 논의하는 협의 구조를 구축했다. 이런 노력들이 다양한 직무들을 아우르면서도 논의를 진행시킬 수 있었던 묘책이었다.

아직 1230개 정도의 직무는 노사 간 이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3750명의 청소·경비·시설관리 직무는 철도공사 계열사인 코레일테크와 코레일관광개발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가 됐다. 현재 전환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직무급 형태의 임금체계도 합의됐다. 157만원의 최저임금 대신 시중노임단가의 90% 수준인 약 162만원을 기준으로 한다는 합의도 도출했다. 청소·경비·시설관리 직무들을 계열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철도공사는 본연의 임무 중심의 직무를 담당하고 이에 필요한 부수적인 직무들은 계열사에서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또 다른 310개 직무들도 각각의 계열사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했지만 열차 이용 고객의 생명 및 안전에 밀접한 1432개의 직무는 공사에서 직접 고용하기로 하였다.

과거에 비해 직무들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제는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는 직무들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인 임금 체계로는 다양한 직무들을 하나의 조직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시대다.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같은 조직 내의 직무들을 차등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임금 체계 그릇을 만들든가, 아니면 별도의 조직을 만들든가 이다. 다양한 직무를 하나의 조직에 담을 수 있는 임금 체계 그릇이 준비되지 않으면 현재의 정규직화는 지속 가능성을 갖지 못한다. 다시 외주화의 길을 걷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철도공사를 비롯해 한국의 공공기관들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직무관리 체계와 다양한 직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임금 체계 그릇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노사 양측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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