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상근] 블록체인 표준화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인터넷의 기원은 1969년 미국 국방부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알파넷(ARPANET)이다. 83년에 프로토콜로 TCP/IP를 채택하면서 일반인을 위한 알파넷과 군용의 밀넷(MILNET)으로 분리됐다. 93년부터 사용자가 전 세계에 놓인 광섬유를 이용해 웹 서버에 저장된 정보들을 쉽게 보여주는 다양한 웹 브라우저의 발달로 인터넷 혁명이 일어났다. 현재 아마존, 알리바바, 구글, 텐센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대부분 인터넷 기업이다.

특히 아마존은 ‘아마존화(Amazonization)’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면서까지 전자상거래의 영업활동을 전 세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세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승자독식 현상이 일어나 강한 하나의 기업이 그 산업 생태계를 지배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G마켓, 네이버, 카카오, 멜론 등 각 분야의 선두 플랫폼이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들은 사용자들의 정보를 중개해주는 대가로 천문학적인 광고·중개 수입을 올린다. 지금까지의 인터넷은 전 세계를 연결해주고 연결된 개개인들의 정보를 전달해주며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강력한 중개자의 개입이 없으면 보유한 정보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한다. 필연적으로 중앙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중앙화된 시스템의 대안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 블록체인이 부상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모든 네트워크 사용자 거래 정보를 소유하고, 상호검증을 통해 정보 신뢰성을 보장하는 분산 원장 기술이다. 참여자들이 생산하는 모든 거래 정보는 일정한 규격의 블록으로 저장되고, 생성된 블록을 차례로 연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블록체인은 상호검증을 통해 무결성을 유지하고 위변조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블록체인의 이점은 즉각적인 결제, 글로벌 상호 운용성, 높은 보안성, 그리고 저비용이다. 최근 스타벅스와 같은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통화의 차이에서 오는 단점들인 결산 지연과 정보의 부정확성을 해소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상화폐를 도입하려고 한다. 하지만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반대론자의 주장은 화폐란 이자율이 0인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고, 채권인 화폐를 갖고 있다는 것은 국가에 대해 ‘채권자’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는 ‘채무자’가 되어 발행하는 화폐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지만, 가상화폐는 채무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채무자가 없는 단순한 ‘프로그램’이라는 주장이다. 즉, 블록체인을 활용해 거래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으나 국가가 제공하는 신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상화폐를 차치하고라도 블록체인은 금융산업을 비롯, 물류·의료·문화산업과 전자투표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의료산업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의료 정보의 통합 관리가 가능해진다. 의료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겹겹이 쌓인 보안벽을 구축했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비효율적인 구조로 인해 불편을 겪는 것은 오롯이 환자들의 몫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의료 데이터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의료 정보의 무결성을 유지하고, 데이터에 대한 접근 역시 블록체인에 기록되므로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블록체인이 효과적으로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기 위해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우리의 프로토콜이 국제적 표준이 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들은 가상화폐로 블록체인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터넷 먹거리로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초기 인터넷에서 TCP/IP가 사실상 표준이 되면서 미국이 많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활성화시켜 인터넷 공룡 기업을 육성한 것처럼 향후 블록체인의 표준화는 새로이 태동할 플랫폼 비즈니스의 지침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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