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궁중족발 사건 그 후 기사의 사진
지난 6월 초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발생한 ‘궁중족발 망치폭행 사건’은 상가 임대차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세종음식문화거리 내 건물 1층을 임차해 궁중족발이란 음식점을 운영하던 김모씨가 임대차 분쟁 끝에 건물주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친 사건이다. 김씨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297만원을 내고 장사를 해 왔으나 2015년 말 건물을 사들인 새 건물주가 재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1200만원을 제시해 갈등을 빚었다. 그러다 기존 건물주와의 계약기간이 종료됐고 명도 소송에서 패해 가게를 비워줘야 할 처지로 내몰리자 망치를 휘두른 것이다.

김씨는 구속됐지만 건물주도 승자는 아니었다. 강제집행이 10여 차례 이어질 정도로 극한 대립 끝에 어렵사리 김씨를 내보냈지만 궁중족발 자리는 현재 비어 있다. 상권이 발달한 곳이라 해도 100㎡가 약간 넘는 규모에 월 1200만원의 임대료를 부담할 세입자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 이후 그쪽으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 주변 상인들도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임대차 갈등이 빚어낸 이런 우울한 풍경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임대료를 대폭 올리고,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일컫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도처에 벌어지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 인상 상한을 기존 임대료나 보증금의 5%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보호기간은 5년이다. 기간이 지나면 임대료를 대폭 올려도 된다. 안전상 이유로 재건축을 할 경우에는 임대차 보호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돼 악용하는 건물주들도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가게들이 곳곳에서 늘고 있다. 그나마 들어서는 건 판에 박힌 대형 프랜차이즈점들이라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던 지역의 개성은 사라지고 상권은 위축된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이대·신촌, 홍대, 신사동 가로수길 등 그런 과정을 거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침체가 길어지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춰가며 뒤늦게 상권 살리기에 나서는 곳도 있지만 한 번 위축된 상권이 되살아나는 건 쉽지 않다. 그런 길을 걷지 않으려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 등에서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는 자율협약을 맺기도 했지만 예외적인 흐름일 뿐이다.

임대료 상승을 주도하는 이들은 거의 외지 투자자들이다. 대출을 끼고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후 임대료를 올려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다. 그러다가 다른 상권이 레이다망에 걸리면 그쪽으로 가 같은 행태를 되풀이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이들은 토박이 자영업자들이다. 어렵게 상권을 키워놓았는데 어느 순간 건물주 탐욕에 밀려나는 것이다. 졸지에 단골가게를 잃게 된 소비자들도 피해자다.

불합리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 임대인의 탐욕을 확대 재생산하는 임대차 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 법이 개입하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지만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외국에서도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상가 임대료 문제를 건물주의 재산권 보호라는 시각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다. 건물주가 지속적으로 임대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은 상권이 형성된 덕분이다. 상권을 만들고 활성화시켜 온 이들은 바로 임차 상인들이다. 그들이 상권의 주인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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