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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이기] 利器, 利己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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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대왕고래에 매료됐던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리슨은 2011년 고래를 만나기 위한 바다 탐험에 나선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것은 고래가 유영하는 아름답고 푸른 대양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고래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오염된 바다였다.

그는 플라스틱으로 주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세계 20여 곳을 프리다이버(Freediver) 타냐 스트리터와 함께 찾아다닌다. 세계 각지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다큐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A Plastic Ocean, 2016)’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다큐엔 바다 생물들이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는 내용이 나온다. 한 바닷새의 위장에서 234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온 영상은 충격적이다. 새는 흙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플라스틱은 고스란히 남는다.

지구 생태 위기와 그리스도인

현대사회가 무한대로 생산하고 쉽게 버리는 플라스틱은 분명 문명의 ‘이기(利器)’였다. 가볍고 단단하며 다양한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내는 플라스틱은 무서운 속도로 기존의 유리와 나무 제품들을 대체했다. 플라스틱 제품의 40%는 수명이 한 달 미만이고 재활용은 35%에 불과하다. 20분가량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 도시락, 음식 포장용기, 빨대, 페트병 등은 하천 강 바다로 흘러간다. 최근 문제로 대두된 것은 ‘미세 플라스틱’이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바다의 파도와 바람 등에 잘게 부서진 크기 5㎜ 이하의 플라스틱을 말하는데, 물고기와 바닷새가 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면 결국 먹이사슬의 마지막 단계인 인간의 건강도 위협하게 된다.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소개된 한 논문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 세계 192개국의 해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800만∼1270만t에 달한다.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이 인지되면서 세계 각국과 기업들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기로 했다. 또 이달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플라스틱뿐 아니라 멸종 위기를 맞는 열대우림의 개구리,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도축되는 닭, 유전자조작을 통해 살충성분을 품고 자라는 옥수수, 댐으로 막혀버린 강, 관광개발을 위한 케이블카 설치로 만신창이가 돼버린 산, 봄이 되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 등 이런 환경문제엔 편리함에 도취돼 살아온 인간의 ‘이기(利己)’가 도사리고 있다. 지구의 생태 위기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날씨 변화에만 관심을 쏟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성장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 무한 탐욕주의 사회체계를 성찰해야 한다.

녹색 영성, 녹색 그리스도인

생태적 위기의 뿌리는 영적인 문제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는 방식이 그것을 대하는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학자 데이비드 로즈는 ‘지구와 말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린 더 나은 삶에 이용하려고 자연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상관하지 않고 지구를 착취해도 된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생활양식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에 미칠 결과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채 권리만 주장합니다. 우리의 행동을 제한할 줄 아는 겸손을 회복해야 합니다.”

또 미국의 역사학자 린 화이트의 주장처럼 기독교 신학은 인간중심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특별한 존재로서의 인간,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는 역사의 주인공인 인간만이 신학의 주체였고 자연은 인간의 특별함을 드러내는 대상으로 여겼다. 따라서 교회가 창조세계 안의 다른 생명의 존재와 죽음에 무감각해진 것이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구가 하나님의 창조세계이고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기 때문에 생태정의운동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지키는 운동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자연 앞에서 책임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성도들이 아껴쓰고 나눠쓰는 생명소비문화를 실천해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다.

경기도 평택 기쁜교회(손웅석 목사)는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이 최근 세계적인 환경 문제가 되면서 ‘비닐봉투 안 쓰기 운동’을 시작했다. 환경팀이 운영하는 녹색가게는 포장용 비닐봉투를 아예 없애고 성도들이 기증한 종이봉투에 물건을 담아준다. 전북 정읍시 정읍중앙교회(박종식 목사)는 매달 세 번째 주일을 환경주일로 지킨다. 이날은 ‘차없는 주일’로 성도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예배당에 온다. 성도들은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개인 컵을 가지고 다니는 성도들이 대부분이다.

전남 담양군 주산교회(김광훈 목사)는 2002년부터 ‘쓰레기 태우지 않기 운동’을 시작했다. 재활용품을 모아 판매한 수익금을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저소득 가정 자녀들에게 장학금으로 전한다. 또 지역의 독거노인 및 장애인에게 우유제공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인간과 자연을 보호하는 친환경 제품개발에 몰두해온 그리스도인도 있다. 장길남(56) 주신글로벌테크㈜ 대표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1997년부터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했고 올해 초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ESS 사출 성형 장치’를 개발했다. 그는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인 플라스틱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상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자연은 점점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평소 교회에서 생태보존을 위해 그리스도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설교를 들었고 이에 따라 환경을 살리는 기업을 세우고 싶었다. 해외 출장 중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제품 불량으로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목격했다. 폐기물을 버리지도 못하고 재생할 수도 없어 쌓아둔다는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폐기물들을 이용해 제품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연구해보자’고 결심했다. ESS 사출 성형 장치를 개발한 사연이다.

녹색의 영성, 녹색의 하나님

성경은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생태적 정의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사 11: 6∼8)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은 우리 개인의 생활방식에서 시작된다. 한 개인이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합성세제를 삼가고, 중고품을 사용하고, 물과 전기를 아껴 쓰고, 육식을 줄이고, 음식을 절제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게 살고, 소비광고에 한눈을 팔지 않고, 작고 단순하고 불편한 것을 구하고, 가난한 이웃을 돕는 노력을 한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자신만의 유익을 추구하지 말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이 아름다운 지구를 돌보라는 하나님의 명령(창 1:28)을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은 사람이 손으로 지은 특정한 성전에 계시지 않으며 저 하늘과 땅 어디나 거처로 삼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행 17:24)

이기(利己)에 하나 더

폐플라스틱 재생으로 ‘환경 재생’ 장길남 대표
“하나님이 주신 자연, 누리도록 돕고 싶어”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은 이미 오래전에 예고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중국이 자국의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플라스틱 수입을 급격히 줄이자, 전 세계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갈 곳을 잃게 되면서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습니다.”

지난 13일 경북 구미에 있는 주신글로벌테크㈜ 연구소에서 만난 장길남(사진) 대표는 “폐플라스틱을 수거해도 재활용률은 35% 정도다. ‘ESS 사출 성형 장치’ 가압기술이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치는 제품을 찍어낼 때 재생원료를 70%까지 사용할 수 있고, 불량률을 30%에서 5%까지 줄여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무역업을 했다. 그가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인으로 살게 된 것은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환경을 망가뜨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1997년부터 여러 기관과 협력해 ‘생분해 플라스틱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사업 초기엔 한국으로 수입해 온 생분해 제품이 ‘통관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전부 소각되는 뼈저린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자연과 사람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개발에 성공해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그러나 고비용 원료와 물성의 제한으로 제품 생산의 한계에 부딪혀 2008년 사업을 접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가 비전을 포기하지 않게 하셨다. 폐플라스틱을 해소할 수 있는 ‘ESS 사출 성형 장치’를 개발하게 됐다. ESS 사출 성형 장치는 지난 4월 현대중공업 기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지난 6월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재도전 성공 패키지’에 선정됐다.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계획에 감사드리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한다’라는 오만함을 내려놓고 모든 일 하나하나에 기도하는 습관을 지니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이 기술로 하나님이 주신 자연과 그 자연을 누리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글·사진=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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