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한 자(30.3㎝) 넘는 큰 물고기 ‘월척’ 기사의 사진
고교 시절 하숙집 주인아저씨는 낚시를 위해 태어나고, 살고 하는 사람 같았습니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새벽에 나가 저녁에 오고, 두어 번은 어스름에 사라져 밤을 꼴딱 새운 뒤 식전에 나타나곤 했지요. 지금은 낚시 방송도 있지만, 당시 개울 버들치 정도 잡아 본 나로서는 그의 낚시에 대한 집착과 과한 사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무직이던 아저씨가 식구들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었던 데는 그가 매우 가정적이어서 집에 붙어 있다시피 하면서 아내가 시키는 일이면 일언 대꾸 없이 딱딱 해내는 성실함이 한몫한 것 아닐까 지금 와서 짐작해 봅니다.

그가 가끔 우리 앞에서 ‘손맛’에 대해 일설을 풀 때는 눈꼬리가 약간 접혔고, ‘월척’이란 말이 입 밖으로 튀는 대목에서는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지요.

월척(越尺)은 ‘한 척(자)이 넘는다’는 뜻으로, 낚시로 잡은 큰 물고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越은 越線(월선) 越冬(월동)처럼 넘다, 건너다의 뜻을 가진 글자이지요. 尺은 ‘자’라고도 하는 길이 단위로 약 30.3㎝입니다. 눈금이 있고 길이를 재는 ‘자’도 여기서 온 말입니다. 20㎝, 1m짜리 자도 있지만. 1자(척)는 10치(寸, 촌)입니다. ‘세 치 혀로 적을 제압한다’는 말이 있지요. 9㎝밖에 안 되는 혀(말)가 창칼보다 셀 수도 있다는 말이겠습니다.

“월척을 낚으려면 마음을 비우고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해.” 그때 그 아저씨가 해준 말인데, 사람 사는 일도 다르지 않은 것을 이제 알겠습니다.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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