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대체 가능한 젊음 기사의 사진
최근 한 대형병원에서 입원 병동의 간호사들에게 야간에는 신발 대신 수면양말을 신고 근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팀장급 관리자가 직접 수면양말을 나눠주기까지 했다는데, 간호사들의 발소리가 수면을 방해한다는 환자들의 민원이 있어 내려진 조치라고 했다. 이런 사실을 세상에 전한 이는 바닥에 혈액이나 소변이 흘러 있기도 하고 앰풀 조각과 주삿바늘 같은 것들이 떨어져 있기 쉬운 병동에서 양말만 신고 근무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수면양말을 나눠준 관리자가 몰랐을 리 없는 사실이었다. 또한 환자들의 잠을 깨운 발소리의 주인이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였다면, 설사 그게 이제 겨우 수련을 시작한 새내기 수련의였다 해도 그런 황당한 지시가 내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병원 측에서 의사들을 향한 환자들의 민원에는 반응 자체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

사고 이후 약 2년간 병원 생활을 했다. 그중 절반은 손꼽히는 규모의 대학병원에서 보냈고 나머지 절반은 대학병원에서 퇴원할 때마다 연계해준 재활병원에서 생활했다. 간호사들이 감당하고 있는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긴 병원 생활 중에 만났던 막내 간호사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모두 앳되고 다정하며 피로에 절어 있었다. 3교대 근무로 인한 피로감은 말할 것도 없는 데다 언제나 일이 너무 많아 보였다. 제때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했다. 의사들은 종종 그들을 무시했고, 나이 든 환자들은 불친절한 의사에게 쌓인 불만을 ‘젊은 아가씨’인 그들에게 터트렸으며, 보호자와 간병인들은 그나마 말을 들어주는 그들에게 자질구레한 불만 사항들을 끊임없이 쏟아 놓았다. 연차 높은 선배들마저 활활 태우고 말 기세로 실수 잦은 그들을 몰아붙였다. 혈관이 잘 잡히지 않는 내 팔뚝에 주삿바늘을 찌르고 또 찌르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던 이들 중 몇몇은 결국 일을 그만뒀지만, 이내 새로운 이가 빈자리를 채웠다. 필요하지만 대체 가능한 젊음은 언제나 너무 쉽게 소비되다 끝내 버려지고 만다.

황시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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