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국가교육회의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기사의 사진
‘백년대계’를 짤 국가교육회의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2000년 초반부터다.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교육단체들은 국가교육위원회, 국가교육회의 구성을 요구했다. 교육 정책만큼은 정치적 중립성, 일관성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이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짜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자유로운 독립기구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지난 대선 때였다. 후보들의 단골 공약으로 올랐고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교육 난제의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국가교육회의를 만들고 중장기적으로는 법률을 바꿔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 강국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핀란드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세계 교육의 롤 모델이다. 핀란드의 높은 학업성취도는 공교육의 힘이다.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핀란드 공교육은 1968년부터 진행된 교육개혁을 통해 그 기틀이 마련됐다. 핵심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진두지휘한 인물이 에르키 아호 전 국가교육청장이다. 그가 교육청장을 지낸 20년간 정권이 수없이 교체됐지만 여야 정치권은 합의로 그에게 교육개혁의 지휘봉을 변함없이 맡겼다. 핀란드 교육의 기조는 이 시기에 마련돼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다.

핀란드 교육개혁의 과정은 아호 전 청장이 쓴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교육 시스템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②결정된 정책의 성공을 위해 일관성 있는 추진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③교육개혁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았고, 사회 구성원의 의식과 경제 및 사회 발전 속도에 상응하는 변화에 따라 수정, 보완됐다. ④양질의 교육이 교사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깨닫고, 교사의 수준을 높이고 모든 제도개혁에 교사의 참여와 헌신을 끌어내고자 했다.

우리는 어떤가.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가교육회의가 이뤄낸 성과는 사실상 전무하다. 출범 1년이 다 돼 가는 동안 맡은 역할이라고는 대입 개편이 유일했는데 이마저도 책임 회피에 그쳤다. 교육부가 지난 4월 국가교육회의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2학년도 대입안을 결정해 달라”고 SOS를 보냈지만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백지로 최종 결정을 교육부로 떠넘겼다. 중장기 교육 정책을 짜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이 대입 개편안 수립이라는 단기 정책을 맡은 것부터 애초에 잘못됐다. 신인령 의장도 “교육회의에서 우선 교육의 미래비전을 마련한 뒤 이에 맞게 (대입 등) 현안을 결정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뻔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도대체 왜 만든 것이냐는 무용론도 나온다. 이런 데는 국가교육회의의 인적 구성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당연직 위원 9명 중 현직 장관이 5명, 청와대 수석 1명이 들어가 있다. 이들 중 김상곤 교육부 장관을 빼면 교육 전문가가 없다. 민간위원 11명에도 교수가 7명에 달하지만 현직 교사는 1명도 없다. 현직 교사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핀란드와 사뭇 대비된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 정책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지나치게 관료, 대학교수 중심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탁상 행정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구성원도 좀 더 다양화해야 한다. 국가교육회의 의장도 민간에 넘길 것이 아니라 당초대로 대통령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 50년 동안 준비하고 뼈대를 세운 핀란드의 교육 정책처럼 우리도 뭔가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교육개혁에 대한 견해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이 있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커다란 공감과 합의를 만들어낸 것이 성공적인 개혁의 열쇠였다”고 아호 전 청장은 말한다. 국가교육회의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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