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사랑하는 손 기사의 사진
최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본방 사수하고 있다. 이 드라마 때문에 일주일을 기다린다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올여름의 한 주기가 ‘미스터 션샤인’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역사상 가장 무력하고 불안하고 여백이 많은 구한말을 배경으로 아픔과 의지를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몰입을 하게 만든다. 정동의 미국 영사관과 덕수궁 대안문(大安門) 등의 세트도 드라마의 재미와 동시에 시대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현재의 대한문(大漢門)을 당시의 대안문으로 살렸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신식 여성이 모자를 쓰고 경박하게 돌아다니는 모양 같다는 양반들의 불만으로 1906년 안(安)자를 한(漢)자로 바꿨다는 어이없는 일화가 남아 있다.

연출과 시청자들이 ‘밀당’을 하듯 이야기가 흘러가는 가운데 유독 눈을 끄는 장면들이 있다. 인물들의 손에 카메라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 장면들은 서사의 속도를 지연시키면서도 감각적 파동을 불러오곤 한다. 도입부에 유진과 애신이 손으로 서로의 눈 아래를 가리는 것이 드라마의 메인 장면이다. 총을 쏘고, 편지를 읽고, 가배를 마시고, 장갑을 만지작거리는 장면까지 손에 대한 영상적 리듬이 만들어진다. 유진이 만들어 준 십자가를 꼭 쥔 채 죽은 선교사의 손을 잡고 오열하는 유진의 손과 사진 속 죽은 아버지를 직감으로 알아보는 애신의 손까지 보고 있으면 다음 편에서는 또 어떻게 손이 표현될까 하는 호기심이 배가된다.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 인물들이 어떻게 걷고, 음식을 먹고, 손을 움직이는가에 따라 연출력과 연기력을 평가해보는 나의 감상법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떤 작품을 보고 나면 일상 속에서 신체의 움직임을 더 유심히 관찰하고 인지하게 된다. 우리는 매일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접촉한다. 교감, 환대, 구원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손가락 하나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햅틱(haptic)의 시대 속에서 손에 닿을 듯 닿지 못하는 드라마의 이야기와 역사의 여백들이 계속 궁금하다.

김태용(소설가·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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