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엽] 기업의 투자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강조한 이후 기업이 잇달아 ‘화답’하고 있다. 삼성이 3년간 180조원을 투자키로 했고, 한화도 5년간 2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경기도 이천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위해 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의 잇단 투자 발표를 ‘성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판단한다면 큰 착각이다. 기업은 정부가 투자를 종용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하지 않는다. 투자는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변수는 크게 고려되지 않는 게 정상이다. 반대로 기업의 잇단 투자 발표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하는 거라면 정말 큰일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옥중에 있던 가운데도 지난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을 합해 60조원을 투자했다. 리더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필요한 투자는 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4조8000억원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지만 투자를 줄일 상황은 아니다.

중국의 반도체 추격을 뿌리쳐야 하고,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공고히 해야 한다. 바이오, 인공지능 등 신산업도 궤도에 올려야 한다. 10∼20년 후를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다.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업이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투자와 고용에 걸림돌이 무엇인지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기업의 민원을 들어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규칙을 어기는 기업은 엄정하게 다루되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위에 군림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투자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다. 향후 몇 년 사이 상황이 바뀌면 기업들은 발표한 만큼 투자를 안 할 수도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투자와 고용을 보수적으로 하게 되는 건 기업의 기본적인 생리다.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때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일까.

김준엽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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