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31조 4항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이처럼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은 그동안 교육부에 의해 크게 훼손됐다. 재정을 무기로 한 교육부의 길들이기에 대학은 한없이 무기력했다. 교육부가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 등 재정 지원사업을 통해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도 어쩔 수 없었다. 돈이 마른 대학으로서는 생존이 더 큰 문제였다. 대학이 교육부의 말 한마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재정 지원 카드도 어김없이 꺼내들었다. 정시 선발 인원을 30% 이상으로 늘리도록 권고하면서 해당하는 대학에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30%에 못 미치면 교육부의 각종 지원 사업에 응모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권고를 가장한 사실상의 지침을 내린 셈이다. 교육부로부터 권고를 받을 대학은 전국 4년제 197개 대학 중 35곳이다. 여기엔 서울대(정시 비중 20.4%), 고려대(16.2%), 연세대(27.1%), 포스텍(0%) 등 명문 대학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포스텍이 제일 먼저 교육부에 반기를 들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19일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30%란 수치를 주고 그만큼 정시를 늘리라고 하는 정부 방침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는 정부 안대로 정시 모집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매년 8억∼9억원씩 받던 재정 지원이 끊길 경우 타격이 크지만 지원을 못 받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다. 10년 동안 축적한 포스텍의 입시 노하우를 정부가 하루아침에 부정해선 안 된다는 직격탄도 날렸다.

교육부는 김 총장의 고언을 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이제는 돈으로 대학을 좌지우지하려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융합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은 대학 자율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교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인재를 기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 선발권을 순차적으로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 언제까지 오락가락하는 입시 제도에 우리 학생들이 휘둘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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