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신앙 녹인 콘텐츠에 수준 높은 공연·이벤트… 문화선교 접점을 넓히다

기독 청년들의 문화공동체 수상한거리

[예수청년] 신앙 녹인 콘텐츠에 수준 높은 공연·이벤트… 문화선교 접점을 넓히다 기사의 사진
수상한거리 팀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합주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수 목사, 고동환 예배인도자, 정주연 싱어송라이터, 양준혁 베이시스트, 백종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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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홍익로5길의 한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음악연습실. 지난 17일 찾아간 이곳에선 환하게 빛을 밝히는 노란 조명 아래 헐렁한 반바지 차림의 청년들이 드럼과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는 CCM과 찬송가였다. 목제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을 청년들은 ‘홍대 합주실’이라 부른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와서 찬양을 부르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이곳은 교회에서 찬양깨나 한다는 청년들의 안식처다.

이곳은 ‘수상한거리’라는 공동체가 운영한다. 수상한거리는 기독청년 30여명이 만든 공동체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음악이 장기인 친구, 예배를 잘 드리는 친구, 캘리그래피를 잘하는 친구 등이 함께 모여 공연을 기획하고 매 주일 예배를 드린다.

요즘 교회 여름수련회 섭외 ‘1순위’인 그들은 행사마다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홍대입구 청년들의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홍대입구는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홍익대 정문을 잇는 젊음의 번화가를 일컫는 약칭이다. 플랫폼은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구동되는 컴퓨터 운영체제를 뜻하는 말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가 대표적이다. 홍대입구에 모인 기독청년들이 자신들의 끼와 젊음을 발산하기 위해 서로 돕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기독청년들, 하나 되는 수상한거리 페스티벌

지난 5월 19일 홍익로5길 일대는 청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상한거리가 기획한 ‘수상한거리 페스티벌’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과 재밌는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청년 1000여명이 ‘입장 팔찌’를 차고 거리를 누볐다. 수상한거리가 운영하는 공연장 스테이라운지와 CCM 아지트, 빅브라더 카페를 기점으로 20개 넘는 공연이 이어졌다.

‘주가 일하시네’ ‘오직 예수’ 등의 CCM으로 알려진 미국 텍사스주 출신 한인 2세 가수 김브라이언과 KBS ‘불후의 명곡’, MBC ‘나는 가수다’에도 출연한 가스펠그룹 ‘헤리티지’, 재즈 피아니스트인 허림 서울장신대 교수와 멀티악기 연주자 권병호 등이 음악 공연을 했다. 성경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싱어송라이터 김복유와 기독교 인터넷 커뮤니티인 ‘기독교 다모여’의 대표 박요한 전도사, 캘리그래퍼 한성욱 등이 기독인으로서의 소소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했다.

예술인들은 공연 중간 성경을 봉독하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찬미했다. 그런데도 많은 비기독교인이 이곳을 찾았다. 세상 속 대중문화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재미와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에 출연했던 CCM 가수 지미선씨는 공연에 앞서 “방황하던 어린 시절 제게 예수님을 전해준 고마운 친구가 있다”며 “우리도 문화를 통해 교회 문턱을 넘어 세상 속까지 예수님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은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열린다. 수상한거리를 이끄는 백종범(43) 목사는 “교회가 이 땅을 회복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자는 생각으로 2016년 페스티벌을 시작했다”며 “먹거리와 버스킹 공연, 강연 등이 있기에 비기독교인도 즐길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왜 수상한거리인가

수상한거리는 주일 저녁 6시 함께 모여 예배드린다. 이를 홍대채플이라 부른다. 따로 섬기는 교회가 있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청년도 있다. 그런데도 신앙을 고백하고 찬양하며 하나가 된다. 홍대채플이 여느 교회와 다른 점은 담임목사가 없고 헌금이 없다는 것이다. 교회 내 모든 사역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홍대채플은 세상 속 선교를 중시하는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닮았다. 음악이 좋아 스테이라운지를 찾았다가 사람과 말씀이 좋아 홍대채플까지 참여하게 된 이가 여럿이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목사도 함께하니 초교파 예배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안학교 교사인 손동열(29)씨는 10년 전부터 백 목사와 함께 수상한거리를 일궜다. 함께 땀 흘려 페스티벌을 열었을 때 하나님을 찬양하며 즐거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많은 시간을 수상한거리와 함께했고 그 시간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됐다고 한다. 손씨는 “홍대입구를 하나님 찬양과 신앙고백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며 “그 일이 하나님께서 제게 준 소명이라 확신하기에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상한거리가 올해로 4년간 112기째 진행하고 있는 ‘홍대투어’는 교회 청년부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선교사묘원에서 시작해 홍익로5길의 다양한 기독교 연극과 토크콘서트를 관람하고 홍대 일대를 함께 걸으며 기독교 문화가 우리 삶과 밀착돼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디자이너이자 문화기획자인 이우섭(28)씨가 홍대투어 가이드다. 더운 여름 손을 맞잡고 걷느라 힘들 법도 하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지친 마음이 가신다고 한다. 이씨는 디자이너로서 수상한거리가 사용하는 홍보 팸플릿 이미지를 제작하고 스테이라운지의 음향과 조명도 관리한다. 그는 “요즘 하나님을 위한 문화를 기획하는 일이 더욱 즐겁다”고 했다. 수상한거리를 통해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기독청년들, 소비할 문화가 필요하다

“교회 청년은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소비할 문화는 많이 없어요. 대중문화와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멋지고 감동적인 문화가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수상한거리의 필요성을 묻자 백 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수상한거리는 스스로 기독교 문화 공동체임을 숨기지 않는다. 기독문화를 내재하고 있으면서도 세상 속에서 뒤처지지 않는 음악과 공연을 만든다.

백 목사는 어려서부터 세상을 품는다는 교회가 정작 세상과 소통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20대에는 ‘지져스밴드’라는 인디밴드에서 활동하며 문화를 통해 세상에 복음을 전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후 기독교 문화를 누리며 삶 속에서 예배드리고자 하는 청년을 모으기 시작했다. 2010년 홍대입구 ‘인디팬클럽’을 시작으로 공연장을 운영하며 청소년예배공동체 ‘코드 미니스트리’를 결성했다. 공동체는 2016년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수상한거리라는 독특한 이름을 갖게 됐다.

수상한거리는 싱어송라이터와 디자이너 등 직업별 수련회도 종종 열고 있다. 윤도현밴드의 ‘나는 나비’를 작곡·작사한 박태희 베이시스트와 대중에게 사랑받은 곡 ‘가시나무’를 만든 하덕규 목사 등이 수련회 강연을 맡았다. 사랑이라는 기독교적 가치가 녹아 있으면서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문화를 만든 이들에게서 기독청년들은 많은 영감을 받았다. 수련회는 항상 기도회로 끝을 맺는다.

지난 3월 열린 수상한 CCM 가요제도 반향을 일으켰다. 대중가요와 CCM을 절반씩 부르게 하고 점수를 매겨 겨룬 가요제는 SNS를 타고 많은 교회 청년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다음 달에는 네팔 병원에 응급차를 기부하는 콘서트도 가질 계획이다.

늦은 밤 홍대입구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젊음으로 넘쳐난다. 소돔과 고모라 같은 이 땅을 회복하겠다는 게 수상한거리의 계획이다. 백 목사는 “하나님께선 세상 가운데 복음을 보내 이 땅을 회복하길 원하신다”며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홍대는 청년의 평등과 정의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공연 속에 녹아 있는 사랑과 기쁨, 감동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며 “세상 속에서 함께 예배하며 하나님 나라를 세울 때 청년들의 영성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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