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이창현] 총장 선출과 대학의 미래 기사의 사진
대학은 대한민국의 미래 주역을 키우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교수와 학생들은 자유롭게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실천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새로운 체제를 위한 실험과 혁신의 공간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의 예산과 결산을 집행하고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총장부터 민주적이고 혁신적인 인물이 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립대학 현실에서 총장 선출 과정은 민주적인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 사학법인이 구성원의 뜻을 직접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대로 대학 총장을 임명하고 있다. 대학자치의 상징인 총장 선출조차 자유롭지 못한 터에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실천하기란 어려우며 창의적 미래를 꿈꾸는 것도 쉽지 않다.

교육부의 실태 조사에 의하면 전국 154개 사립대학 가운데 총장 선출 과정에서 사학법인이 총장을 마음대로 앉히는 ‘완전 임명제’를 운영하는 곳은 89개교로 57.8%를 차지하고 있다. 간선제 형식이지만 ‘사실상 임명제’인 8곳(5.2%)을 포함하면 모두 63%가 임명제인 셈이다. 대학 구성원 대표가 총장을 뽑도록 간선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28곳으로 18.2%이며, 구성원이 직접 총장을 뽑는 직선제 대학은 6곳으로 3.9%에 불과하다.

사학재단이 대학 총장을 마음대로 임명하는 것 때문인지 교수들은 총장 선출 제도에 불만이 많다. 지난 6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산하 민주적총장선출특별위원회에서 진행한 사립대학 교수 대상 설문조사(397명)에 의하면 ‘현재 총장에게 구성원의 대표성이 없다’는 의견에 74.5%가 동의하고, ‘총장이 이사회로부터 자율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은 67.7%에 이른다. 그리고 ‘총장이 중요 정책에 대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에는 68.3%가 동의했다.

이렇게 구성원들이 총장 선출 제도에 부정적 인식을 많이 갖고 있는 상태에서 대학 총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민주적 과정을 통해 선출되지 않은 총장이 사학법인으로부터 자율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구성원의 불만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많은 사립대학 교수들은 총장 선출 제도를 바꿀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앞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바람직한 총장 선출 제도로 71.2%가 직선제를 선호했다. 구체적으로는 교수와 직원 그리고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에 찬성하는 비율은 36.1%였고 교수들만의 직선제에 찬성하는 비율은 35.1%였다. 간선제는 23.2%에 불과했다. 특히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직선제의 비율이 교수만이 참여하는 직선제의 비율보다 높은 것이 새롭다. 최근 이화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등의 총장 선출 과정에서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민주적 총장을 선출한 성공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4년제 대학 중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82%에 이른다. 이 때문에 사립대학의 문제는 곧 전체 대학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교육부가 최근 장관 직속으로 부실한 사립대학을 퇴출하는 사학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가동하고 있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렇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 총장들이 나서서 사학 혁신에 동참할 수 있으면 성과가 쉽게 나겠지만, 혁신의 대상인 사학 재단으로부터 낙점된 총장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대학의 미래와 사학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사립대학 총장 선출 과정은 구성원의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총장 선출을 위한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와 요건이라도 만들어 사학재단이 총장을 마음대로 임명하는 봉건적 관행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학교의 일방적인 임명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민주화 수준이다. 대학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그러려면 사립대학 총장 선출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이창현(국민대 교수·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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