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우즈·페더러의 18년 우정 기사의 사진
동시대를 살며 ‘황제’라 불리는 두 사나이가 있다. 한쪽은 ‘골프 황제’로, 다른 한쪽은 ‘테니스 황제’로 칭송받는다. 타이거 우즈(43·미국)와 로저 페더러(37·스위스) 얘기다. 두 선수는 6살 차이가 나지만 2000년부터 돈독한 우정을 쌓아오고 있다. 경기 때마다 서로를 격려한다. 걸어온 인생 역정이 비슷해서일까. 두 선수의 지란지교(芝蘭之交)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진다.

지난주 페더러는 친구 우즈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전주에 끝난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가 준우승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기 때문이다. 페더러는 ‘우즈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즈는 몸 여기저기에 수술을 받는 어려움을 거쳐 왔다는 점에서 나와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몸을 낮췄다. 페더러 역시 무릎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지만 허리와 무릎 등에 여러 차례 칼을 댄 우즈와는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우즈가 오랜만에 잘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이제 우승까지 하기를 바란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브랜드 가치와 스타성, 상징성 등을 두루 갖췄고 키도 185㎝로 같다. 부상 등으로 슬럼프를 겪다 최근 재기에 성공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프로에 먼저 데뷔한 쪽은 우즈다. 우즈는 1996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정식으로 발을 디뎠고 페더러는 6살 적지만 우즈보다 2년 늦은 98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 입문했다. 우즈가 마지막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2008년까지 우즈의 메이저 승수는 14승, 페더러는 13승으로 난형난제였다. 이렇게 되자 ‘누가 더 메이저에서 많이 우승할 것이냐’ ‘누구의 성적이 더 가치 있느냐’ 등으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먼저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 쪽은 우즈였다. 2009년 11월 의문의 교통사고에 이은 각종 ‘섹스 스캔들’로 추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2004년 스웨덴 모델 출신 엘린 노르데그린과 결혼해 1남 1녀를 둔 단란한 가정도 2010년 결국 파경을 맞게 된다. 그해 4월 마스터스로 그린에 복귀했지만 이후 우즈의 골프 인생은 부진과 부상, 복귀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점철됐다.

페더러도 부상과 슬럼프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긴 마찬가지다. 2012년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고, 2016년 2월 무릎 수술을 받은 후유증으로 그해 프랑스오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US오픈을 모두 걸러야 했다. 하지만 페더러는 성실함으로 보란 듯이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메이저 2승(호주오픈, 윔블던)에 이어 올 1월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랭킹 1위에 복귀하며 역대 최고령 세계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우즈가 14승에서 메이저 승수를 쌓지 못하는 사이 페더러는 메이저 20승을 채웠고 지난해 11월에는 통산 상금에서 우즈를 추월했다. 친구의 부활에 고무된 듯 우즈도 최근 예전의 기량을 되찾고 있다. 비록 우승은 없지만 올해 14개 대회에서 6위 이내 성적을 올린 게 다섯 차례나 된다. 지난해 12월 복귀전을 치를 때 1199위이던 세계 랭킹도 26위까지 치솟았다. 우승은 이제 시간문제다.

서로를 보면서 격려와 자극이 된다는 우즈와 페더러. 두 스타는 불굴의 의지로 신산(辛酸)의 세월을 넘어 또 다른 이정표를 향해 오늘도 달리고 있다. 전성기를 훌쩍 지난 나이에 말이다.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듯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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