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세금의 기술 기사의 사진
주식처럼 부동산에도 재야의 고수들이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나름대로 시장을 진단하고 전망한다. 어떤 이는 통계를 잔뜩 분석하고 어떤 이는 오랜 경험을 말하는데, 예측이 들어맞으면 팬덤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고수 중에 올해 초 ‘서울 집값 추석 폭등론’을 편 이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 잡느라 애썼다고 기획재정부에 피자를 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논리는 매우 단순했다.

“서울 주택시장은 공급이 부족하다. 공급이 이뤄지려면 새로 짓거나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와야 하는데 양도세 중과와 임대주택 확대로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안 그래도 부족한 공급이 더 부족해지니 추석쯤 되면 집값은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추석이 다가왔고 서울 집값은 들썩이고 있다. 그의 전망이 맞은 건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심상찮음을 느낀 듯하다. “집값 상승만큼 내년 공시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미 인상키로 한 보유세를 더 올리겠다는 뜻이다. 양도세 중과에 이어 보유세 폭탄도 현실이 돼 간다.

정부가 양도세와 보유세 카드를 내놓은 건 집값 안정을 위해서였다. 양도세 중과로 다주택의 실익을 없애고 보유세 인상으로 다주택 소유를 버겁게 하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 시장에 공급 효과가 나타나리라 본 것 같다. 그런데 두 카드를 꺼내 든 순서에 논리적 허점이 있다. 보유세를 올리면 해마다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 다주택자의 매도심리가 커지는데 지금은 팔고 싶어도 선뜻 팔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양도세 중과가 먼저 시행돼 집을 팔려면 차익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야 하니까.

양도세는 당장 내는 세금이 아니고 매년 내는 것도 아니어서 매도심리 조성에 보유세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양도세 중과를 예고했을 때 많은 다주택자는 버티기를 택했다. 보유세를 먼저 올려 현실적 부담을 체감케 한 뒤 양도세 카드를 꺼냈다면? 지금처럼 퇴로를 막은 채 채찍을 휘두르는 형국이 되진 않았을 듯하다. 정책 효과를 이끌어내는 세금의 기술이 좀 어설퍼 보인다.

태원준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