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법] 나눌 줄 알아야 부자다 기사의 사진
사람은 현재 자신이 주거하는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출장 가면 시설 좋은 호텔 침대에서도 잠을 설치는데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서도 푹 잠이 든다. 신혼 초 친정을 다녀온 아내도 훨씬 작은 집안에 들어오면서 항상 첫마디가 ‘아! 편하다’였다. 이래서 아무리 낡고 좁아도 ‘스위트 홈’이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필자도 재건축이 논의될 정도로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낡았지만 강남에선 드물게 녹지가 많고 교통도 좋다. 아파트를 설계한 분이 입주 때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사실도 든든하다. 재건축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 당시 정든 나무들이 잘리는 것이 싫어 반대표를 던질 정도로 나무 한 그루에도 정이 담겨 있다.

며칠 전 게시판에 공고가 붙었다.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을 줄이고 현관 자동문 설치에 대한 주민투표를 한다는 내용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로 경비원들의 인건비 증가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리비 감축을 위한 경비 시스템 변경은 여러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일이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같은 아파트에 청와대 정책실장이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언론에 강남에서 부자 아파트로 알려진 곳마저 경비원 해고를 통한 비용 감축이 논의된다고 보도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인한 문제점이 경제정책의 사령탑이 사는 아파트에서조차 노출되었다는 점이 흥미를 끌 만하다. 현 정부의 고용정책이 지지층까지 포함된 사회적 저항을 받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이제 정부도 정책 오류를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하지만 함께 사는 사회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아파트 경비원 감축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부의 축적을 본인의 노력과 성과로만 인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코 부자는 자신의 노동력만으로 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저렴한 노동력 제공과 경제적 손해가 있어야 한다. 이웃이 함께 만들어 준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부자는 이웃과 나눠야 한다.

존경받는 부자가 많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도 경주 최부자집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부자로 인정돼 존경받고 있다. 300년을 이어온 최부자집에는 여섯 개의 가훈이 있다고 한다. 그중 두 개가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와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이다. 상생과 초과 이윤의 사회 환원을 의미한다. 기사를 보니 경비원 감축을 통한 관리비 감소폭이 평수에 따라 6만∼12만원이다. 외식 한 번 줄이면 한 가정이 살 수 있게 된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여유 있다는 사람들이 얼마를 아껴보자고 어려운 사람들의 생계를 끊는 것은 옳지 않다. 그동안 낡은 아파트처럼 나이 든 경비원 아저씨들은 노인들과 아이들의 벗이었다. 술에 취해 현관을 들어서는 어깨 처진 중년 남자에게 “약주하셨나 보네요”라고 다정한 말 한마디 던져주는 또 다른 이웃이었다. 짜장면을 주문하면 받는 쿠폰을 모아 경비원에게 준다는 따뜻한 주민들도 있다니 힘을 내서 경비원 감축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경주 최부자집처럼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진정한 부자다. 부자들이 세상을 살면서 꼭 알아야 할 법은 함께 사는 법이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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