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일과 가정의 양립’ 헛구호… 126조 예산 투입은 헛바퀴

‘백약 무효’인 저출산 정책 왜?… 어떻게 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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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가격 대비 성능, 이른바 ‘가성비’만 놓고 보면 실패작이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수립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중앙 부처의 저출산 관련 예산은 총 12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셋째부터 1000만원 지급’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로또식 예산은 이와 별도다.

그럼에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을 기록했고, 연도별 신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건국 이래 최초 40만명대가 붕괴됐다.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국민일보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저출산 대책 관련 예산 세부내역을 보면 2006년엔 2조1000억원으로 나름 단출하게 출발했다. 총 19개 과제 가운데 영유아 보육 교육비 지원이 1조4191억원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던 정책은 박근혜정부 때 무상보육이 전면 도입되며 빅뱅을 거쳤다. 지난해에는 청년일자리 주거대책 강화 21개, 난임 등 출생에 관한 사회적 책임 강화 29개, 맞춤형 돌봄 확대 및 교육개혁 15개,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 해소 6개 등 총 61개 과제로 확대됐다. 예산은 24조1000억원 규모다. 남성 육아참여 활성화 예산만 해도 2016년 6721억4800만원에서 2017년 7826억4800만원으로 16% 이상 증가율을 기록했다. 돈은 아낌없이 투입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성과가 별로다. 저출산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경우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남성 공무원 가운데 육아휴직을 이용한 사람은 2014∼2016년 사이 3.8∼4.0%에 그쳤다. 복지부 여성 공무원마저 같은 기간 전체 대상자의 28.5∼34.3%만 육아휴직을 이용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남성 육아휴직 및 일·가정의 양립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 정작 주무 부서에서부터 헛구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예산에는 각종 ‘끼워 넣기’도 난무한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청년 기술창업 활성화(창업 성공 패키지)’ 사업 명목으로 500억원을 새로 배정받았는데 정부는 이를 저출산 대응 예산이라고 분류했다. 교육부도 대학 창업 펀드 명목으로 새로 마련한 120억원을 저출산 예산으로 집어넣었다.

청년 일자리 부족이 저출산의 한 원인이란 논리인데, 이는 교육부의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한 예산 3조9174억원과 공교육 역량 강화(920억원) 및 사교육 부담 경감(569억원) 예산이 함께 책정된 것보다는 양반이다. 저출산이 일자리 및 대학교육 부담이란 먼 미래까지 연계돼 있다는 발상도 좋지만 당장 보육이 절실한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생 위주로의 지원이 우선이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도 저출산 예산을 26조3189억원으로 더 늘렸으며 다음 달부터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의 71개월 이하 어린이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9000억원이며 내년부터는 3조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이에 질세라 자유한국당에선 ‘애 낳으면 1억원 지급’ 정책을 본격화할 태세다. 한국당 초재선모임 ‘통합·전진’의 김기선 의원은 21일 “아이 1명당 임신에서 대입까지 20년간 들어가는 돈이 1억원 정도인데 이를 매달 40만원씩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이 됐으니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는 반응이 있지만, 무상복지에 반감이 컸던 한국당마저 전향적으로 돌아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아동수당까지 도입해 저출산 대응책을 펴는 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가 동시 진행되는 현재의 인구 추계가 지속될 경우 2000∼2015년 사이 연평균 3.9%에 달했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6∼2025년 1.9%, 2026∼2035년 0.4%로 추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고 정년을 연장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만 향후 10년 내 연평균 2%대 후반의 성장률, 20년 내에는 1% 중반을 간신히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조성실 공동대표는 “유례없는 무상보육으로 엄청난 보육예산이 지출되고 있지만, 아동 학대와 부실 식단 등의 문제로 엄마들은 아직도 내 아이 믿고 맡길 어린이집을 찾아 헤맨다”면서 “대한민국에선 1차로 건강한 보육 생태계, 공공성이 담보된 보육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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