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편 ‘과로사’ 회사는 외면”… 유족 위한 매뉴얼 나온다 기사의 사진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가족들이 지난 6월 서울 동작구의 한 센터에 모여 미술치료 일환으로 집단그림그리기를 하고 있다.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제공
김모(57)씨는 지난해 1월 남편을 잃었다. 과로사였다. 김씨는 “공장 관리직이던 남편은 부하직원들이 산재를 당하면 앞장서서 도와줬다”며 “남편이 사망했을 때도 당연히 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해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아니었다. 일하다 죽은 남편을 위해 누구도 나서주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는 유품을 찾으러 간 김씨를 제지했다. 결국 김씨가 직접 과로사 규명을 위해 사방팔방 뛰어야 했다. “남편이 죽었는데 누굴 위해 산재를 받으려고 하느냐”는 비아냥을 들을 때도 있었다.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유족모임)은 김씨처럼 과로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처할 막막함을 덜기 위해 ‘과로사·과로자살 사건에 부딪친 가족·동료·친구를 위한 안내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과로사·과로자살 이후 유족은 ‘가족이 힘겹게 일하는 걸 말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 향후 산재처리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채모(29)씨는 지난해 8월 아버지가 직장에서 사망했을 때 “아무런 정보가 없어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회사는 아버지의 출퇴근 기록을 주지도 않았고 (아버지의) 회사 네이버밴드에선 탈퇴 당했다”고 말했다. 채씨의 어머니 박모(52)씨도 “평생 중고차만 타다가 새 차를 샀다고 좋아했는데 2주 후에 그렇게 됐다”며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요즘도 눈뜨면 ‘또 살아 있네’라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강민정 유족모임 운영자는 “과로사·과로자살은 다른 산재 사건과 달리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아 유족이 혼자 짊어질 문제가 많다”며 “유족은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매뉴얼에는 유족모임에 속한 가족들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가족의 과로사·과로자살 시 대응방안이 담길 계획이다. 강 운영자는 “사건 초기에 부검 여부나 회사와의 관계 등에서 잘못 대처할 경우에 향후 산재를 인정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듣는다면 좀 더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산재 처리 및 소송을 위한 정보를 모으는 법, 노무사·변호사 등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특징과 관계를 유지하는 법, 산재 승인·불승인 결과 이후의 대응 방안 등을 실을 계획이다. 아울러 실무적인 팁 외에 가족의 과로사·과로자살 이후 심리적 문제를 겪는 유족을 위한 조언도 실린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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