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출산 절벽’ 앞 주일학교가 뿌리째 흔들

<1부> 왜 저출산인가 ① 극단적 출산 파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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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유례없는 저출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1.05명을 낳는 극단적 출산 파업 현상입니다. 지난 12년간 중앙 부처에서 126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출산율은 낮아지기만 했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한국교회가 함께해야 합니다. 교회에는 공간이 있고 사람이 있고 헌신이 있습니다.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젊은 부부들에게, 저출산으로 미래가 암울한 한국사회에 교회가 한 줄기 빛이 돼야 합니다. 국민일보는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저출산 극복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전국 교회의 모범적 사례들을 발굴해 공유하고 정부 지자체 기업 등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직원 A씨(34)는 결혼한 지 5년이 됐지만 아직 자녀 계획이 없다. 대기업에 다니는 동갑내기 남편도 같은 생각이다. 부부 모두 또래에 비해 소득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키우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A씨는 “내가 자랄 때도 그랬지만 우리나라는 교육부터 모든 게 다 경쟁 위주로 돌아간다”며 “상위권 중·고교에 가지 못하면 명문대에 진학하기 어렵고 취업도 결혼도 쉽지 않은 게 현실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치열하게 살아도 평범하게 사는 것마저 쉽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충분한 자금 없이 자녀를 키우면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갖게 할 것”이라며 “차라리 육아에 소모되는 자원을 나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대기업 직장인 B씨(34)는 올해 결혼 9년 차다.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다. 아내도 대기업 직원인 B씨 부부의 최대 관심사는 ‘내 집 마련’이다. 자녀계획은 여기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다. 대기업에서 맞벌이를 해도 서울에 집을 장만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B씨는 “집이 없는 상태에서 임신하면 아내가 육아휴직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게 된다”며 “임신과 육아로 경제적 여유는 줄고 내 집 마련의 기회도 멀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극단적 출산 파업 시대이다. 내 집 마련과 부부의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 미래세대 양육을 포기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통계청이 22일 확정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아이의 수를 말한다. 2016년 기준으로 이스라엘 3.11명, 아일랜드 1.91명, 프랑스 1.89명, 뉴질랜드 1.87명, 미국 1.82명, 영국 1.79명이고 심지어 일본도 1.44명은 된다.

한국은 아이를 낳더라도 최대한 시기를 늦춘다. 부자일수록 고학력일수록 더 그렇다. 통계청이 지난해 기준으로 집계한 시·군·구별 엄마의 첫째아이 출산 연령을 보면 서울 서초구가 33.92세로 가장 높고, 2위는 서울 강남구 33.69세다. 30대를 오롯이 양육에 보내면 둘째를 갖는 건 언감생심이다. 엄마들 얘기를 더 들어보자.

경기도 파주에 사는 전업주부 강모(39)씨는 생후 18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매주 2회 인근 마트에서 진행하는 문화센터에 다닌다. 강씨는 아직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유아가 숨지거나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뉴스를 접한 게 계기였다. 불안한 마음에 아이가 세 돌을 지날 때까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강씨는 문화센터에서 자신처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 않은 엄마들과 교제하고 육아 정보를 공유한다. 문화센터에서 좋은 교육을 받지만 엄마가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수업이다 보니 수업을 마치면 진이 빠진다.

어린이집이나 가족 도움 없이 혼자 육아를 도맡는 ‘독박육아’는 강씨에게 여전히 버겁다. 둘째를 가질지 말지 갈등하다 최근 갖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남편이 IT 업계의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야근이 잦아 사실상 육아와 살림을 돕지 못한다.

강씨는 “남편이 회사일로 바쁜 탓에 주중은 물론 주말까지 육아를 할 수밖에 없다”며 “나도 쉴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에겐 동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혼자 두 명을 키울 생각을 하면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대기업 마케터 출신인 김모(37)씨는 3년 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해 육아로 고민하던 시절이 생생하다. 업무 특성상 야근과 회식이 잦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사회복지사인 남편도 근무 시간이 길었다. 친정과 시댁에 아이를 맡길 상황도 아니었다.

친정어머니는 몸이 불편했고 시부모님은 지방에 거주했다. 몇 달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는데 종일 부모와 떨어진 아들이 안쓰러워 김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퇴사 후 육아는 온전히 김씨의 몫이 됐다. 늦게 퇴근하는 남편은 육아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김씨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게 내키지 않아 독박육아를 하는데 매일 피폐해지는 것 같다”며 “에너지가 넘치는 5세 아들과 ‘놀이터 셔틀’(여러 놀이터를 전전하며 노는 형태)을 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저출산의 충격파는 한국교회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최근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주일학교 교세 통계를 보면, 2008년 말 57만1919명이던 학생 수는 2017년 말 37만891명으로 9년 만에 20만명이 줄었다. 농촌교회를 중심으로 아예 주일학교의 문을 닫는 교회도 속출하고 있다.

충남 C교회는 자가 건물에 1000㎡ 부지까지 보유하고 있다. 성도 수가 100여명이지만 7년 전부터 주일학교가 없어졌다. 주민의 고령화로 장년 이상 성도만 남은 것이다. 교회는 청소년 전도에 주력하는 대신 요양원 건립을 시작했다. 교회 장년 성도들을 돌보기 위한 사업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충남 D교회 목사는 “지역 노회에 소속된 교회 중 절반 정도는 주일학교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가 이제는 미전도 종족이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교회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교회는 공간이 있고 인력이 있고 동네마다 있다”면서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교회가 손을 내민다면 한줄기 단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극복은 한국 사회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당면 과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까지 저출산 극복에 나선 이때 한국교회도 사명감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 다음세대뿐 아니라 이들의 부모인 25∼45세 청장년층을 품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역이다.

예장통합 교단은 ‘마을목회’를 강조하며 ‘마을을 목회 삼아, 주민을 교우 삼아’ 구호를 내걸고 있다. 이때 공동체의 핵심 이슈가 바로 보육이다. 경기도 안산 밀알침례교회에서 미취학아동 어린이집과 초등학생 방과후학교, 중·고생 직업교육기관인 ‘꿈의 학교’까지 운영하는 박홍래 목사는 “안팎의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보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녹아드는 것은 선교적 관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민경 김아영 백상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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