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잔혹 동화 기사의 사진
앞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뒷집 백구가 새끼를 몇 마리나 낳았는지 훤히 꿰고 살았을 것이다. 제 어미가 청상의 몸으로 기른 붉은 대문 집 남매가 얼마나 번듯하게 자랐는지, 귀하게만 키운 파란 대문 집 사대 독자가 어떤 망나니짓을 하고 다니는지 마을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을 거다. 해마다 서너 번은 마을회관에 동네 노인들을 모셔놓고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대접했을 테고, 혼자 사는 노인이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누구든 한 사람쯤은 들러 안부를 확인했을 것이다. 혼기가 차고 넘치는 마을 청년이 이국의 색시를 만나 아이라도 낳으면, 온 마을이 잔치 분위기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스무 가구도 채 안 되는 마을이라고 하니, 내 집 사정과 남의 집 사정이 따로 있었을 리 없다.

그림 같은 산을 끼고 자리 잡은 이 작은 마을에 십수년 전 여자아이 하나가 이사를 왔다. 마을의 친척 집에 맡겨진 이 아이에겐 지적 장애가 있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마을 어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모 밑에서 크지 못하는 장애아의 쓸쓸한 처지를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아름다운 산골 마을의 품 넓은 어른들은 이 아이를 마치 제 자식처럼 돌봐주었다고, 그래서 이 쓸쓸한 처지의 아이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이야기 맺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이는 겨우 열한 살 때 할아버지뻘인 마을 주민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마을을 떠났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돌아온 마을에서 무려 일곱 명이나 되는 주민들에게 또다시 성폭행 혹은 성추행을 당했다. 여자가 된 아이가 임신하기 전까지 마을에선 건드려도 임신이 안 되는 애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마을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끔찍한 범죄는 장장 4년 동안이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지척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범죄마저 눈감아주는 그들만의 지독한 결속력이 무섭다 못해 징그러울 지경이다. 세상이 동화 같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식적이길 바라는 건, 이제 정말 욕심일까.

황시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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