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라동철] 국민연금을 어찌할꼬 기사의 사진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의 개선안 공개를 전후로 개편안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연금발전위는 2가지 안을 제시했다. 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소득대체율을 올해 수준인 45%로 유지하는 안과 이전 개혁안대로 40%로 낮추는 안이다. 둘 다 연기금 고갈 시기가 2057년으로 과거 전망치보다 3년 앞당겨진다는 전제 아래 현행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후자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로 늦추고 수령자가 평균 수명을 넘길 경우 급여액을 깎는 방안이 포함돼 미래세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험료를 올리는 것도 못마땅한데 납입 연령을 65세까지 높이는 방안까지 검토된 게 알려지자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을 폐지하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개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독일의 슈뢰더 정권이나 프랑스의 사르코지 정권이 연금 개혁을 강행한 후 다음 선거에서 패했을 정도로 공적연금 개혁은 정권에 부담스러운 과제다. 피해 가고 싶지만 숙제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그럴수록 해결은 더 어려워지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합당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고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국민연금 폐지 주장이 있지만 단견이다. 국민연금은 나이 들어 근로능력이 떨어지고 소득이 없을 때를 위해 도입한 사회적 안전장치다.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해 노후에 돌려받는데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게 설계됐다. 지난해 기준 연금 수령자들의 평균 수익비(연금 총액을 보험료 총액으로 나눈 값)는 1.6∼2.9배다. 1000원을 내고 현재 가치로 1600∼2900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개인연금 가운데 가입자에게 이보다 더 유리한 상품은 없다. 당장 한푼이 아쉽다고 보험료 납부를 미룬다면 더 어려워질 노년을 누구에게 의지할 건가. 국민연금은 적립금 634조원 가운데 주식, 채권 투자 등을 통해 벌어들인 운용수익이 304조원일 정도로 운영 실적도 괜찮은 편이다.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에 대한 우려는 가입자에게 유리한 조건에 기인한다. 저출산으로 가입자는 줄어들고 고령화로 수급자는 늘어나고 있어 이대로라면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는 건 당연하다. 가입 조건을 합당하게 조정하는 방식의 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발전위가 제시한 개선안을 토대로 9월 말까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해 대통령 승인을 받아 10월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선안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고 당장 절실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다.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주장이 있지만 보험료율이 대폭 오르는 걸 감당할 수 없다면 불가능하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그것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보험료 산정 기준인 소득 상한액을 높이는 방안은 연금 부익부빈익빈을 낳고 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의 유일한 방안이 아니다. 부족한 부분은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보충하는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40%를 웃도는 연금 사각계층을 두루누리사업 등을 통해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시급하다.

국민연금 개혁이 성공하려면 연금의 실태와 제도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기금 보험료율은 평균 22.9%로 우리의 배가 넘는다. 우리에게 인상 여력이 있다는 말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면 가입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것도 없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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