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진] ‘개천 용’을 위한 희망사다리 기사의 사진
‘부모의 경제력이 대학을 좌우한다’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좋은 부모를 만나지 않으면 취직도 제대로 못해!’라는 청년들의 탄식이 여기저기 들리는 것 같다. 현실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는 도전 의식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라리 낫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반복된 좌절로 청년들이 패배의식과 체념,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든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없다.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의 재력이 성공을 좌우하는 사회는 인재를 차버리고 잠재력을 스스로 갉아먹는다. 우리 국민들의 계층 상향이동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2015년 기준으로 하면 10년 전과 비교해 22% 포인트나 증가(29%→51%)했다는 암울한 소식도 들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하위 20% 가구의 9.3배에 달했다. 특히 초등 교육비는 44배, 중등은 13배, 고등은 3배 차이로, 교육의 초기단계일수록 격차는 더 심각하다. 여기에다 해가 갈수록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부모의 경제적 사정으로 교육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 청년이 돼서도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되는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절대빈곤의 그늘이 사라지고 교육의 기회가 양적으로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자식의 질적 교육 수준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은 꼭 풀어야 할 숙제다. 계층이동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교육제도를 포함한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냥 이를 기다리기만 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지고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우선 시행해 나가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계층이동 희망사다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어려운 환경 속의 역량 있는 인재를 교육의 초기단계부터 조기 발굴해 자립하거나 학업이 종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범정부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네 가지 세부사업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우선 복권의 수익금을 활용해 역량과 의지는 있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5000여명의 학생들을 중학교 시기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없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초기부터 후원자나 멘토를 선정해 꿈을 그리고 이루어 나가도록 밀착 지원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 체육진흥기금을 활용해 저소득층 초·중·고교 체육 우수인재 1500명을 선발·지원할 계획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으로 체육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이 불안감 없이 훈련에 임한다면 이들이 앞으로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로 기존의 ‘파란사다리 장학사업’을 확대해 매년 취약계층 대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에게 글로벌 감각을 키우고 보다 넓은 진로탐색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멘토·멘티 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저소득 중·고생과 나누는 교외 근로 장학사업을 확대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는 사다리는 희망의 상징이다. 그런데 사다리가 끊겨 우리의 개천에는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 ‘용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한다. 많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계층이동 희망사다리 프로젝트’가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프로젝트 이름대로 대한민국에 희망사다리가 부활해 방방곡곡 개울에 ‘용의 씨’가 가득 차고 하늘로 힘차게 오르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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