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피로 잡는 ‘슈퍼 푸드’ 홍삼, 출혈 환자는 조심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면역력·기억력 증진 효과 인정
헬리코박터균 줄여 위 보호하고 피부 노화 억제해 주름 개선
최근 암줄기세포 죽이는 효능… 에이즈 발병 늦춘 사례 발표도
혈액순환 원활해 열감 느낄 뿐 인삼이 체온 올린다는 건 오해


직장인 박재만(49)씨는 스트레스와 잦은 술자리로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렸다. 잠을 자도 개운치 않고 업무 집중도도 떨어졌다. 3년 전부터 매일 홍삼 농축액을 먹기 시작하면서 피로가 많이 개선됐고 체력이 좋아진 걸 확연히 느끼고 있다.

2005년 대장암 판정을 받은 김순자(67)씨는 주치의 추천으로 10여년간 홍삼을 복용해 왔다. 면역력이 높아진 덕분일까. 힘든 항암치료를 잘 버텨냈고 암이 완치돼 현재 건강하게 살고 있다.

홍삼은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사포닌(진세노사이드)과 다당체 등 몸에 유용한 성분들이 많이 함유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면역력 증진과 피로 해소, 기억력 증진, 혈행(피의 흐름) 개선, 항산화 작용, 갱년기 증상 개선 등 홍삼의 6가지 기능성을 인정했다. 암 환자나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 등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다. 요즘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20, 30대도 홍삼 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

인삼은 수삼, 홍삼 등을 모두 일컫는다. 수삼은 밭에서 캐낸 생인삼이다. 백삼은 수삼을 말린 걸 말한다. 홍삼은 수삼을 증기로 한 번 쪄서 건조시킨 것으로 붉은 빛깔을 띤다.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수삼에는 없거나 함량이 낮은 사포닌과 다당체, 아미노당화합물(항산화 성분) 등 생리활성 성분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함량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인삼학회장을 지낸 서울대 약대 박정일 교수는 27일 “인삼이나 홍삼의 다양한 질환 예방과 개선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국내외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슈퍼푸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속 밝혀지는 홍삼의 효능들

인삼이나 홍삼이 면역력을 높이고 피의 흐름을 좋게 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이 인삼을 섭취하면 손발이 따뜻해짐을 느끼는데, 온몸에 피가 원활하게 돌기 때문이다.

홍삼은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개선시켜 준다. 농촌진흥청은 인체 적용 실험을 통해 홍삼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뇌에서 에너지로 쓰이는 포도당 흡수를 도와 뇌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기억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팀은 60세 이상 6400여명을 대상으로 인삼 섭취 기간과 인지 기능의 상관성을 연구한 결과 인삼을 5년 넘게 꾸준히 먹으면 노년기 뇌 인지기능이 좋아지고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예방해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홍삼이 노화와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체내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고 DNA 손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환경호르몬, 발암성 물질, 의약품, 방사선, 중금속 등에 의해 세포가 손상됐을 경우 홍삼이 항산화효소(SOD, CAT, GPx)를 활성화해 이를 복구시키는 걸로 밝혀졌다.

홍삼이 암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홍삼은 대한암예방학회의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에 선정된 바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열홍 교수팀은 15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대장암 환자 43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19명에게는 홍삼 추출물을 하루 1g씩 두 차례 복용케 하고 나머지에게는 위약(僞藥, 홍삼과 비슷하게 보이는 가짜 약)을 먹게 한 뒤 피로도를 검사했다. 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기 전 체력을 100이라 할 때 항암치료 도중 대개 70까지 내려간다. 그런데 홍삼 복용군의 경우 전반적 피로도 개선 지표는 81.07로 위약군(78.1)보다 높았다. 피로도 개선 효과는 나이가 들수록 더 높았다.

김열홍 교수는 “항암제의 효과를 경감시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홍삼을 섭취할 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쉬운 발열 증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약대 이호영 교수팀은 폐암에 걸린 쥐에게 홍삼의 파낙시놀 성분을 먹였더니 폐암 성장이 차단됐고 새로운 암세포가 생성되지도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특히 암세포 중에 일반 항암제로도 사멸이 잘 안 되는 암줄기세포를 죽이는 효능을 밝혀냈다. 이 교수는 “향후 홍삼을 이용한 천연물 항암제 개발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함기백 교수팀은 홍삼이 위염과 위궤양, 위암의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 감소시켜 위장을 보호해 준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홍삼이 당뇨병 증상과 혈당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야마대 연구팀은 당뇨가 있는 쥐에게 인삼 사포닌 성분을 투여한 결과 혈당치가 떨어지고 다식, 다음, 다뇨 등 당뇨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일본 에이메대 연구팀은 인삼에서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물질(산성펩타이드, 아데노신, 망간함유물질, 진세노사이드Re 등)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홍삼이 피부 미용에 좋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피부과 조소연 교수와 서울대병원 정진호 교수팀은 40세 이상 여성 82명을 대상으로 홍삼 분말을 하루 3g씩 24주간 섭취토록 한 결과 가장 깊은 주름은 23.5% 감소하고 평균 주름은 19% 줄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홍삼의 아르기닌-프럭토스 성분이 피부 노화를 억제하고 진세노사이드Rb2 성분이 피부 세포를 증식시켜 주름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희대 유전공학과 황재성 교수는 홍삼 추출물을 피부에 발랐더니 자외선으로 인한 기미와 주근깨 등 색소 침착을 완화해 주는 걸 확인했다.

홍삼이 에이즈의 발병과 진행을 늦춰준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교실 조영걸 교수는 20∼25년간 홍삼만 복용하거나 치료제와 홍삼을 함께 먹었을 때 홍삼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의한 세포(CD4+T) 손상을 억제해 에이즈 발병이 늦춰진 환자 사례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발표하고 있다.

오해와 진실

인삼이나 홍삼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홍삼을 먹으면 체온이나 혈압이 올라간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홍삼은 혈류량을 늘려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혈액 순환이 원활히 되면서 우리 몸에 에너지를 빠르게 공급하고 이때 나타나는 에너지 대사량에 따라 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 실제 체온이 상승하거나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몸에서 기능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호전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밥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든든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제 농촌진흥청이 중국, 캐나다 과학자들과 2010년부터 3년간 공동 연구한 결과 인삼이 열을 내게 한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확인했다.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고려인삼과 서양삼, 가짜 약을 복용시킨 뒤 체온이 오를 때 나타나는 30여개 증상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세 가지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에서 이뤄진 고혈압 환자 대상 연구에서는 홍삼을 투여한 결과 투여 전보다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오히려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정상 혈압 안에서 홍삼 섭취 전·후 변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삼의 유효 성분 가운데 사포닌 함량만 높으면 효능이 좋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전문가들은 “인삼이나 홍삼에는 사포닌뿐 아니라 다당체, 폴리아세틸렌, 페놀화합물, AFG 등 유효성분이 많은데 어느 특정 성분이 아니라 유효 성분들의 균형적 섭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포닌은 홍삼 잔뿌리에, 다당체는 굵은 뿌리(몸통)에 많이 들어 있다.

섭취 시 주의할 점

홍삼은 공복에 섭취하는 것이 체내 흡수에 가장 좋다. 다만 위나 장이 민감한 경우 공복을 피해 식후 1시간 내 섭취하면 된다. 간혹 체질적으로 인삼에 예민한 사람은 가벼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먹은 뒤 얼굴이 붉어지거나 배가 아프고 가벼운 설사를 할 수 있다. 몸이 가렵거나 심하면 두드러기가 생기기도 한다.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식약처에 신고된 홍삼 제품 부작용은 224건으로 전체 건강기능식품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서울대 약대 박정일 교수는 “대부분 가벼운 부작용으로 섭취량을 줄이고 조금씩 오래 복용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인삼이나 홍삼은 오래 달일수록 사포닌이나 다당체 등 유효 성분이 강해진다. 2∼4시간 달여 한 달 이상 복용할수록 약효가 좋다”고 조언했다.

단, 수술 등으로 출혈이 있는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홍삼이 혈액응고 억제 작용을 하는데 수술 환자가 홍삼을 먹으면 지혈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전후 1주일은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홍삼 제품은 농축액, 달임액, 뿌리삼, 분말, 환 등 다양한 제형이 나와 있다. 박 교수는 “가성비(가격 대비 효능)가 가장 좋은 것은 홍삼 농축액”이라고 말했다. 홍삼 제품을 고를 땐 식약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 문구나 마크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