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성수] 한 표 줍쇼 기사의 사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내내 가장 많이 외친 문장 중 하나는 “한 표 줍쇼”일 것이다. 지난달 예비경선 때부터 외치기 시작하더니 25일 전당대회 정견발표도 “한 표 줍쇼. 한 표 주이소. 한 표 줘유”로 마쳤다. 예능 프로그램 ‘한 끼 줍쇼’를 패러디한 문장을 청중이 웃든 안 웃든 마치 주문을 외우듯 꼭 말하고 넘어갔다. ‘한 표 줍쇼’가 선거 캐치프레이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다.

이 대표는 40대에 교육부 장관을 하고, 50대에 국무총리를 한 7선 의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7전 7승’ 했고,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선 ‘킹메이커’로도 활약했다.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경력을 가진 그가 마치 정치 신인처럼 자세를 낮춘 것이다.

‘한 표 줍쇼’는 이 대표의 평소 이미지와도 딴판이다. 이 대표는 송곳 같은 정치인이다. 이 대표는 총리 시절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버럭 총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기자들에게도 한결같이 깐깐하다. 이 대표는 정치인들이 기자를 만나 중요 현안에 대해 즉석으로 주고받는 문답도 칼같이 거절한다. “나는 길에서 인터뷰 절대 안 해요.” 선거에서 진 적 없는 백전노장, 면도날처럼 날카롭다는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 꺼낸 최후의 카드가 ‘한 표 줍쇼’인 셈이다.

이 대표는 이번 당대표가 ‘마지막 소임’이라며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최고위원은 “총리까지 지낸 분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스스로도 마지막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7선 국회의원, 세 번의 정책위 의장, 국무총리까지 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간절함이 통했는지 ‘올드보이’라는 비판, 건강 이상 루머 속에서도 당대표가 됐다. 이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강조한 것은 “최고 수준의 협치”다. 이 대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보수 야당과 진보 야당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집권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한 표’가 절대적이다. 이 대표 본인이 내세운 총선 승리와 ‘20년 집권’을 위해 필요한 것도 국민의 ‘한 표’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선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 나아가 반대편까지도 포용해야 한다.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집권 2년차, 정부·여당이 성과를 내야 할 시기다.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이 대표가 속으로 이 말을 되뇌면 좋겠다. ‘한 표 줍쇼!’

임성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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