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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위안부 주제 소설 쓴 김숨 “위안부 문제는 과거 아닌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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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소설을 써온 김숨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소원을 물어보면 ‘남들처럼 시집가서 아이 낳고 살아보는 것’이라고 한다”면서 “할머니들은 ‘평범한 삶’이라는 선택권을 그 시대로부터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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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40)를 비롯한 일군의 젊은 작가들이 현재의 여성 문제를 줄기차게 다루고 있다면 김숨(44)은 과거의 여성 문제를 묵묵히 쓰고 있다. 김숨이 일본군 위안부를 주인공으로 한 첫 소설 ‘한 명’을 출간한 때와 조남주가 ‘82년생 김지영’을 발표한 시점(2016년)은 공교롭게도 비슷하다.

‘한 명’ 준비 때부터 3년간 과거사를 공부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온 김숨은 올여름 3편의 신작을 냈다. 위안부 소녀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 형식의 소설 ‘흐르는 편지’와 생존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소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내내 고요한 표정으로 왜 다시 위안부 소설을 썼는지 얘기했다.

“‘한 명’은 미완의 소설 같았다.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록에 기대어 써서 체화가 안 됐다고 해야 할까. 뭔가 숙제를 덜한 느낌이 있었다.” ‘한 명’은 위안부 피해를 입은 생존자가 증언을 결심하는 과정을 그렸다. 300여개 증언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각주가 300개가 넘는 작품이었다. ‘흐르는 편지’는 일제강점기 만주의 한 위안소가 배경이다. 열다섯 살 주인공이 임신 사실을 안 뒤부터 출산 직전까지 어머니에게 그 심경을 전하는 내용이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도 만났다.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관장이 지난 1월 초 연락해왔다. 두 분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흐르는 편지’를 쓰면서 할머니들을 만났고, 증언소설도 쓰게 됐다.”

세 작품의 작업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 셈이다.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라는 소재에 몰입하게 된 것은 어떤 이미지 때문이었다.

“위안부 문제를 잘 몰랐다. 내가 직접 겪거나 목격한 게 아니라서 매우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한 이미지가 나를 끌어당겼다. 남편도, 자식도 없이 홀로 섬처럼 존재하는 여자. 위안부라는 사실을 평생 숨겨왔고 또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어떤 여자. 그 이미지가 응축된 제목 ‘한 명’이 떠오르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그는 증언소설을 위해 만난 두 할머니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두 분은 과거에 극단적인 경험을 했다는 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너그럽고 자상하다. 커다란 고통을 겪은 뒤 말할 수 없이 피폐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경험을 승화시키는 이도 있다. 할머니들은 긴 세월에 걸쳐 고통을 승화시키는 법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두 분을 통해 인간 안의 자정과 복원 능력을 믿게 됐다.”

김숨은 역사소설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안부 할머니는 지금도 살아계시고 위안부 문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분들의 삶이 지금 우리 삶과 연결돼 있고, 우리 딸들의 미래와도 닿아 있다고 느낀다. 미투 운동과도 관련 있다”고 말했다.

실제 두 할머니는 미투 운동 피해자들과 연대 운동도 하고 있다. 김숨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 회복이다. 피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받길 바란다. 그것은 미투 운동 피해자들의 바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흐르는 편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쓴 편지일지도 모른다.

‘흐르는 편지’ 도입부에서 “어머니, 나는 아기가 죽어버리기를 빌어요”라고 하던 소녀는 끝엔 “어머니, 오늘 밤 나는 아기를 낳을지도 몰라요”라고 한다. 소멸을 기원하는 데서 시작된 소설은 생명을 기다리는 것으로 끝난다. 1997년 등단 후 생명의 존엄과 소외 등을 주제로 소설을 쓰고 있는 김숨은 현대문학상과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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