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여행] 영월엔 박물관이 살아 있다, 20개의 테마 박물관이 곳곳에 자리 기사의 사진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3리에 위치한 호야지리박물관. 이곳에 중국을 호령했던 고구려 광개토대왕 비문 실물 탁본 등 희귀 자료가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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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은 박물관의 고장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악기·지리·천문·사진·동굴·화석·민화 등 독특한 테마의 박물관 20여개가 들어서면서 ‘지붕 없는 박물관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규모는 소박해도 내용은 알차다. 지역주민들과 문화적 소통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리를 테마로 한 ‘호야지리박물관’=우리나라 광물 자원의 천연 표본실로 불리는 영월은 카르스트 지형과 석회암 동굴 등 각종 지리 지형 현상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이를 잘 소개한 곳이 수주면 무릉3리에 위치한 호야지리박물관이다. 지리 교육에 평생을 바친 호야 양재룡 선생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지리 테마 사설 박물관이다. 지리학의 역사와 종류, 체험 등 지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 직접적인 체험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한 유물의 전시 진열과 관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고 학문적 원리를 깨달을 수 있는 사회 교육 현장을 지향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독일이 우리나라를 섬으로 표기했던 1600년대 지도, 동해를 한국의 바다로 표시한 1700년대 고지도, 일본이 1895년에 제작한 군사지도 ‘일청한군용정도’가 있다. 이 지도에 독도가 조선의 국경선 안에 그려져 있어 조선의 영토로 표기돼 있다. 특히 중국을 호령했던 고구려 광개토대왕 비문 실물 탁본 등 희귀 자료도 직접 볼 수 있다.

호야지리박물관 뒤 주천강에 세월이 빚은 자연 조각품인 요선암(邀仙岩) 돌개구멍이 있다. 돌개구멍(Pot Hole)은 ‘속이 깊고 둥근 항아리 구멍’이란 뜻으로, 오랜 시간 강을 따라 흘러내린 자갈과 모래가 화강암에 구멍을 내고, 오목해진 부분에 물의 소용돌이가 돌아가면서 만들어낸 신비로운 바위다. 손바닥에서 욕조까지 크기가 다양할 뿐 아니라 모양도 하트형, 원형, 반달형, 타원형, 쉼표형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바위는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다. 맑은 강 속에 크고 하얀 바위가 200m에 걸쳐 넓게 깔려 있다. 조선의 문예가 양사언이 평창군수로 있을 때 신선이 놀만 한 바위라는 의미로 이름을 붙여줬다.

돌개구멍 옆 조그만 야산 정상에는 숙종의 어제시가 걸려있는 요선정(邀僊亭)이 있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정자다. 바로 옆 거대한 바위 절벽 끝에 잘생긴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고 그 아래로 주천강이 구절양장 흐른다.

◇국내 유일 악기전문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남면 연당리 옛 남면복지회관 건물에 있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이자 한국 유일의 악기 전문 박물관이다. 2009년 5월 개관한 박물관에는 세계 100여 개국에서 만든 2000여점의 민속악기가 동아시아, 인도·서남아, 중동·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남태평양·대양주의 문화권별로 분류돼 있다. 세계의 음악과 악기를 사용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한 인류애를 나누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박물관은 2003년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인 마을에 들어섰고, 2007년 부산에도 세워졌다. 영월에 있는 박물관이 본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최초 공립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영월은 2001년 9월 1일 ‘동강사진마을’을 선언하고 2002년 여름 ‘동강사진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국내 사진문화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박물관을 건립한 영월은 동강사진마을-동강사진축전-동강사진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아름다운 관광자원과 문화자원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영월 읍내에 자리 잡은 동강사진박물관은 사진의 변천사와 주제별 다양한 사진작품들이 전시된 국내 최초의 공립사진 박물관으로 2005년 7월 문을 열었다.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사진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으로 보는 역사, 문화유산자료 등 다양한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2002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동강국제사진제 수상작 1500여점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영월 박물관의 단초 ‘조선민화박물관’=김삿갓 계곡 깊숙이 위치한 조선민화박물관은 영월 박물관의 단초를 마련한 곳이자 대표 주자의 성격이 짙다. 2000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민화 전문 박물관에는 3000여점의 조선시대 민화가 소장돼 있다. 그중 200여점과 현대 민화 100여점을 상설 전시중이다. 민화에 소박한 서민들의 정서가 강하게 묻어난다. 익살맞은 표정의 호랑이 위에 올라앉은 까치를 그린 ‘작호도’, 십장생을 그림으로 엮어낸 ‘십장생도’, 글자를 그림으로 화폭에 옮긴 ‘문자도’ 등은 단순한 그림이 아닌 금방이라도 호기심을 쏟아낼 듯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종교 테마 전시장 ‘영월종교미술박물관’=종교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는 박물관이다. 수장고에 소장된 600여점의 작품들이 시기적으로 교체되면서 전시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로마의 목공방에서 도제시절부터 평생을 이어온 최바오로 작가의 성화와 그만의 창조적 조각세계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은 부산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예수상의 크기가 3m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실 1동에는 성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전시돼 있고, 2동에는 불교와 힌두교 등의 동서양 종교 작품이 자리해 있다.

◇인도의 독특한 문화 ‘인도미술박물관’=1981년부터 인도미술에 매료돼 인도에 살고 여행하며 여러 차례 인도사회와 인도인의 삶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개최한 미술가 박여송 관장과 인도 지역연구를 하는 남편 백좌흠 교수가 하나씩 모아온 다양한 인도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인도미술 기법들에 대한 체험과 헤나 바디페인팅, 인도 의상문화 체험, 인도 홍차 체험 등 다양한 인도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제현대미술관 야외 전시관=영월초등학교 삼옥분교장의 교사 3동과 관사 2동을 활용해 만든 미술관으로 2000년 11월에 개관했다. 조형예술가 박찬갑씨가 세운 이 미술관에는 주로 조각 작품을 소장·전시하고 있다. 야외조각공원에는 17개국 100여점이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 설치돼 있고, 실내 전시실에는 70여 개국 3000여점의 다양한 예술작품이 상설 교환 전시 중이라 매번 새로운 느낌을 준다.

영월=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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