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설교 예화의 보고… 특히 사극 영화 활용합니다”

‘영화관에 간 신학자’ 남부산용호교회 최병학 목사

“영화는 설교 예화의 보고… 특히 사극 영화 활용합니다” 기사의 사진
최병학 남부산용호교회 목사가 지난달 13일 책으로 가득찬 부산 용호로 교회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영화엔 삶과 죽음이 있고 사랑과 미움이 있으며 정의와 희생이 있다”며 “이들 모두 삶의 주제이자 인간의 모습이기에 영화도 선교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동시대 대중의 욕망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설교 예화로 끌어오기 좋죠. 특히 사극 영화를 활용합니다. 열왕기서나 역대기서도 왕들의 이야기거든요. 이조실록과 고려사를 연결해 보면 좋아요. 성경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와 겹치면 말씀이 새롭게 보입니다.”

남부산용호교회 최병학 목사는 ‘영화관에 간 신학자’로 불린다. 박사학위가 2개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석사를 한 뒤 경성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부산대에선 서양윤리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 영화연구소 창립 멤버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경에 ‘바사’로 표기된 페르시아, 즉 이란 영화를 맡아 소개했다.

최 목사는 3일 “신학과 철학, 목회와 대학의 경계선에서 살아왔다”며 “그래서 경계선의 신학자 폴 틸리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20세기 최대의 문화신학자인 폴 틸리히(1886∼1965)는 ‘조직신학 I·Ⅱ·Ⅲ’ 등을 집필했으며, 히틀러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된 독일인으로 경계인의 삶을 살았다. 틸리히는 “물음에 답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내 조직신학의 목적”이라고 말했고, 최 목사는 틸리히 신학을 분석한 ‘상황-물음-답변’의 삼관(三關) 해석학’이란 책을 썼다. 이 책을 비롯해 최 목사가 저술한 책들을 쌓으면 어른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다.

“영화 얘기를 더 하죠. 이병헌이 주연한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선 가짜이지만 백성의 아픔에 공감하는 왕을 그립니다. 강대국 사이 실리외교를 펼친 왕이기도 했죠. 개봉 당시는 대통령선거 국면이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대륙과 해양 세력에 낀 우리의 현실은 그대로였지요. 2013년 ‘관상’은 폭군 수양대군을 막기 위해 얼굴 관상까지 바꾸려 했지만 실패한 송강호를 등장시킵니다. 폭군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조선의 운명을 보여줍니다.

2014년은 ‘명량’입니다. 두 달 만에 1700만명 넘게 관람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냈습니다. 내용은 명랑하지 않습니다. 전쟁을 피해 도망가는 왕에 의지하지 말고 왕이 아닌 다른 사람, 이순신 장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2015년 ‘사도’에서 왕은 백성을 돌보지 않습니다. 신하들과 경쟁하고 왕의 자리를 자기 맘에 맞는 손자에게 물려주는 극단적 방식을 보여줍니다. 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밀리언셀러 영화로 끊임없이 말해 왔는데, 그게 충족되지 못하자 결국 탄핵으로 귀결됐습니다.”

최 목사에게 ‘내 인생의 영화’를 물었다. 망설임 없이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1941)을 꼽았다. 21세기 들어서도 미국영화연구소(AFI) 등 비평가 단체로부터 가장 위대한 영화 1위로 꼽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언론사 사주는 임종 직전 “로즈버드” 한마디를 남긴다. 로드버드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기자를 통해 주인공의 부귀영화와 간난신고를 보여주는데, 최종적으로 로즈버드는 어릴 적 그가 고향에서 타고 놀던 눈썰매 상표였음이 밝혀진다. 원하는 건 뭐든지 손에 넣기 위해 타락했지만 어릴 적 고향에서의 소박한 추억이 삶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것이다.

“모든 영화는 로즈버드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로즈버드는 고향이죠. 인류는 아담 시절부터 낙원을 잃어버렸고 고향을 상실했습니다. ‘미스터 고’(2013)란 야구영화를 보면 ‘야구는 홈을 떠나 다시 홈으로 돌아오는 것’이란 말이 나옵니다. 성경 속 탕자가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듯 말이죠. 잘 만든 영화엔 꼭 로즈버드가 있습니다.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1997)에선 오빠랑 나눠 신는 운동화가 그렇고, 우리 영화 ‘박하사탕’(1999)에선 설경구의 손을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순수했던 주인공이 군에 입대해 5·18 광주에서 여고생을 쏘게 되죠. 계엄군의 피 묻은 손입니다. 운동권 학생을 고문하다 그가 똥을 지리자 이를 묻히게 되는 형사의 손, 검은돈을 받는 손, 그러다 결국 기차 앞에서 두 손 벌리고 ‘나 돌아갈래’라고 외치죠. 영화뿐만 아니고 모든 작품에서 로즈버드를 찾아내는 게 핵심입니다.”

최 목사의 저술은 인문학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신학과 예술의 만남인 ‘테오-아르스(Theo-Ars)’, 영화와의 조우인 ‘테오-시네마(Theo-Cinema)’에 이어 ‘테오 쿨투라’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테오’는 헬라어로 신을 말한다. 최 목사는 “문화는 흐르는데 교회는 19세기에 정체돼 젊은이들을 놓치고 있다”며 “젊은 대중문화와 영화를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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