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철호] 위기가구도 행복할 수 있다 기사의 사진
좋은 마을에 가서 살면 돈도 더 잘 벌고 잘산다.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다. 좋은 동네로 이사한 경우 대학 진학률도 높아지고, 10대에 미혼 부모가 될 확률도 낮아졌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5개 주요 도시의 극빈층 46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좋은 이웃이 성공을 뒷받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성숙한 공동체 문화가 아이를 성공으로 이끈다고 했다.

광주 A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빈곤층 아이들을 30명씩 모아 2박3일씩 역사문화 기행을 시킨다. 대부분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부모, 또는 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동네 주민들이 모금을 하여 여행을 시켜주니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고 꿈을 키워갈 수 있다.

A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업은 크게 ‘찾아가는 서비스’와 ‘불러내는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로 ‘이음지기 봉사단’ ‘마을 반장’ ‘둘-하나 데이’ 같은 것이 있다. ‘이음지기 봉사단’은 동네 주민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요구르트와 삶은 계란을 들고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을 찾아가서 사는 이야기도 하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계란을 먹으며 마주앉아 이야기하다 보면 비슷하게 어려웠던 삶에 대해 공감하고 정서적 에너지를 주고받게 된다. 이렇게 1주일에 한 번 오는 이들을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리면 자살하지 않는다.

이 동네는 1800세대가 사는 영세민 밀집 지역으로 ‘이음지기 봉사단’ 40팀으로는 부족해 마을 반장을 모집했다. 마을 반장들은 150여명, 평균 70세로 임대아파트의 같은 층 주민으로 구성된다. ‘둘-하나 데이’는 매월 21일 마을의 봉사자들이 혼자 사는 분들을 찾아가 반찬도 나누고, 집 청소도 하고, 문풍지도 바르고, 전구도 갈아주면서 정을 나누는 날을 의미한다. 더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면 동 주민센터 ‘찾아가는 복지전담팀’에게 알린다. 담당 공무원은 시급히 방문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불러내는 서비스’는 음주자들의 야외 술집인 공원에 크리스마스트리도 꾸며놓고 장터를 열어 ‘천원국수’를 팔고 가족운동회도 하는 등 캠프를 여는 사업이다. 공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보려고 노인들은 지팡이를 짚고 나오고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타고 나와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며 국수를 서로 나눠먹는다. 즐거우니까 다음 행사 날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희망이고 희망은 자살이 제일 싫어하는 에너지다. 요컨대 이 동에는 매년 자살자가 10명씩 되었는데 이러한 사업 이후 자살자가 없어졌다. 사각지대가 해소된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모두 민간과 공공의 협력에 의해 생산된다. A동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동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복지전담팀 5명과 주부, 자생단체 회원, 복지기관 종사자 등 민간 31명으로 구성된다.

지난 7월 말 복지부가 발표한 ‘복지 위기가구 발굴 대책’의 키워드는 ‘국민 참여’다. 국민과 함께 자살 고위험군 및 복지 위기가구를 발굴한다. 문제는 국민이 얼마나 위기가구 발굴에 동참하느냐다. 동참의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깨달음이다. 교육을 통한 깨달음이라고 볼 수 있다. 충남 서천군 서면의 복지전담팀장은 24개 지역마다 ‘다 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 팀’을 운영해 주민에게 직접 찾아가서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주민들이 위기가구 발굴의 첨병이다.

19세기 미국 시인 에머슨의 시 구절이 떠오른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한때 살았던 동네에서 삶이 힘들어 불행해하는 사람을 찾아내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네 주민들이 이처럼 성공한 인생에 대한 생각이 바뀌길 바란다.

함철호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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