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한승주] 중3 딸, 고등학교 어디 보내지? 기사의 사진
두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이제 막내만 남았다. 그 막내가 중학교 3학년이다. 아이들 입시를 두 번이나 치러 셋째는 수월할 줄 알았는데 이번엔 고등학교 진학부터 고민이다. 일반고를 가야 할지, 특목고나 자사고를 지원해야 할지 헷갈린다. 고교 선택에 따라 대학을 수시로 갈지, 정시로 갈지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이다.

첫째 때는 직장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수시에 지원할 때에서야 비로소 생활기록부를 차분히 살펴봤다. 수시 준비는 안 돼 있었다. 자사고에 다니던 아들은 정시로 갈 거니 상관없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정시 비율이 이렇게 적을 줄이야. 전체 정원의 약 75%를 이미 수시로 뽑아놓고 나머지 25%를 수능 성적 좋은 애들을 뽑는다니 현역으로 정시를 가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때 결심했다. 둘째는 무조건 수시라고.

둘째의 전략은 이랬다.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사고 대신 일반고에 가자. 거기서 잘하면 된다! 아이는 집 근처 서울 강북의 일반고에 진학했고 훌륭한 내신을 따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 점수에 비해 영 안 나온다는 것. 내신은 그저 내신일 뿐 수능 대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대학이 제시한 수능 최저 기준을 대체로 맞추지 못했다. 같은 자기소개서와 생기부로 어느 학교는 합격이고 어디는 불합격. 기준을 도통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을 경험했다.

두 아이의 입시에서 얻은 결론은 이렇다. 정시와 수시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정시와 수시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외도 있지만 일반고에선 정시 준비가 힘들다. 자사고도 학교에 따라 수시와 정시 중 하나를 밀고 나가야 한다.

막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2년 대입 개편안에 딱 걸리는 세대다. 1년을 미뤄가며 나온 수능 개편안은 정시 선발 비율이 조금 늘어난 것 외에는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오히려 문·이과 통합으로 탐구영역 선택 과목이 17개로 늘어 유례없이 ‘복잡한’ 전형이 되고 말았다. 현 정부의 대입 정책 방향은 ‘단순한’ 전형인데 말이다.

교육부는 ‘정시 30% 룰’을 내세우지만 대학들이 이를 따라줄지도 미지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의 눈은 사교육 기관인 학원에 쏠려 있다. 최근 중3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사설 학원의 입시 설명회에 구름 인파가 모인 것은 교육 당국에 대한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시 선발 비율이 늘면서 자사고와 특목고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현 정부는 일반고를 살리고자 하는데 일반고의 학력 저하는 심해지고, 강북과 강남의 차이도 점점 커진다. 일례로 각 학교 전교 1등만 지원할 수 있는 서울대 지역균형전형(지균)을 보자. 이 전형은 수능 최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2018년도 서울 서초구의 지균 합격률은 90.9%인데 반해 성북구는 15.4%, 도봉구는 20%였다(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자료). 서초구 11개 학교 중 10개 학교가 지균 합격생을 배출했는데 강북에서는 전교 1등을 해도 합격 기준에 맞는 학력을 갖춘 학생이 훨씬 적었다. 일반고만 따지면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할 것이다.

그러니 일반고에 가서 열심히 하자는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자사고나 특목고로 눈을 돌리게 된다. 대학에서도 고교 이름만 들어도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아니까 같은 내신 등급이어도 당연히 차이를 둔다. 이러다간 일반고에 뜻을 갖고 온 학생들이 자칫 나는 자사고 못 가서 여기 왔다는 자조적인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특목고, 자사고는 다 없어질 것 같더니 이게 뭔지, 해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지금 현장에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상상 이상이다.

결국 교육부 장관이 경질됐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마음을 얻는 것, 신임 장관은 이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니, 이것만 해도 성공이다.

한승주 편집국 부국장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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