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합류한 김 부의장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한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박 전 총재는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을 맡아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주인공이다.

박 전 총재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급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는 소득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고용도 줄였기 때문에 저소득층 전체로 볼 때 오히려 소득이 감소됐다”고 했다. 또 친서민 경제정책과 친기업 정책이 함께 가야한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동시에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전 총재는 일자리 정책도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지양하고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의장이 대통령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 부의장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을 만나 “소득주도성장 논쟁에 매몰되지 말고 더 큰 틀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한 건 현 정부의 경제 운용이 기본을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 쇼크에도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에게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의 수정과 경제정책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SNS 등을 통해 김 부의장은 현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쓴소리를 해왔다.

문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두 원로의 고언은 의미가 작지 않다. J노믹스의 골격을 잡았던 이들이 보기에도 경제정책 운용이 경제 안정성과 성장잠재력을 위협할 정도로 기본에서 벗어나 있다는 걸 가리키기 때문이다. 박 전 총재는 최근의 경제 난국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경제성장률이 3% 선이므로 최저임금은 매년 7% 정도씩 꾸준히 올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노무현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한 김대환 전 노사정위원장도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론 자체가 취약한 지반 위에 고층 건물을 지으려는 시도다. 의도는 좋은데 지반이 너무 약하다”면서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정부의 주장을 ‘실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없이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경제야 어떻게 되든 노조 등 핵심 지지층의 눈치만 보는 정략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밥줄이 끊기고 기업이 무너지는데 정권재창출이 가당키나 할 소리겠는가. 멀리 보지 말고 발밑부터 살피라는 말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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