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캠페인] 기독인구 6% 불교국가 주민들 마음 문 연 ‘교회 유치원’

미얀마 삿산마을 CDP 사업장을 가다

[‘회복’ 캠페인] 기독인구 6% 불교국가 주민들 마음 문 연 ‘교회 유치원’ 기사의 사진
장향희 든든한교회 목사(가운데 녹색 조끼)와 성도들이 지난달 27일 삿산마을 유치원 아이들에게 점심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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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국가 미얀마에 복음이 퍼지고 있다. 전체 인구 중 기독교인 비율은 약 6%에 불과하지만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소속 기대(기아대책)봉사단 선교사들은 미얀마 각지에서 꿈과 복음을 함께 전하고 있다.



삿산마을 유치원에 퍼지는 희망의 메아리

양곤 시내에서 서쪽으로 차로 1시간을 달리면 광활한 논 사이로 긴 흙길이 나온다. 곳곳의 웅덩이 사이로 20분을 더 들어가면 삿산마을이다. 지난달 27일 기아대책, 경기도 고양 든든한교회(장향희 목사) 성도 6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마을 중앙으로 들어서자 한충열(48) 기대봉사단 선교사가 주민들과 함께 세운 ‘삿산유치원’이 나왔다. 3년 전 세워진 이곳은 오전에는 유치원, 오후에는 주민자치센터와 도서관, 마을회관 역할을 하는 다목적센터가 된다.

“밍글라바(안녕하세요).” 유치원에 들어서자 파란색 성가복을 입은 40여명의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3∼4살인 이 아이들은 기아대책이 제공하는 아동개발프로그램(CDP) 사업의 일환으로 5살에 입학하는 초등학교 과정 전 유치원 교육을 받는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미얀마어와 동요, 간단한 영어를 배운다. 젊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방과 후 수업 과정도 있다. 지난 2월부터는 청년 기대봉사단 조수빈(22·여) 선교사가 1주일에 2번 유치원에서 현지인 교사들과 함께 아이들을 가르친다.

조 선교사는 “단기 선교로 삿산마을에서 길을 터주는 작업을 하다가 마을 사람들과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먼저 CDP 혜택을 받은 현지인 보육교사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향희 목사와 든든한교회 성도들은 이날 점심 배식 봉사를 했다. 식판에 쌀밥과 배춧국, 닭고기 조금과 야채절임, 사과를 정성스럽게 담은 뒤 아이들이 앉은 식탁 앞에 내려놨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웃는 얼굴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성도와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주민들도 기독교에 대한 편견을 스스로 깨뜨렸다.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주민들이 유치원 운영에 팔을 걷어붙였다. 마을 부녀회 총무와 유치원 운영을 맡고 있는 우딴먼(47·여)씨는 “처음엔 ‘교회가 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점심식사를 함께 만들 정도로 친숙해졌다”며 “이 과정에서 새 믿음도 갖게 됐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스스로 성취한 경험을 나누는 사람들

작지만 큰 변화를 경험한 삿산마을 사람들은 필요한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선교사와 함께 관공서를 찾아가 전기가 필요하다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비가 오면 쉽게 침수되는 움막 대신 스스로 대나무를 꺾어 150개의 집을 만들었다.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던 마을은 둑을 쌓아 물을 뺐다. 자연스럽게 마을을 떠났던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최근 마을 사람들은 ‘삿산발전위원회’라는 비정부기구를 만들어 자신들의 경험을 다른 마을과 공유하고 있다. 인근 면사무소 소재지인 따지 마을에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해 이달 말 완공되는 유치원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나눈다. 이 유치원은 일요일에 복음을 전하는 교실을 열 예정이다. 도킨쉐이(46) 삿산마을 동장은 “우리 마을의 경험을 나눠 함께 발전하는 데 기쁨을 느낀다”고 전했다.

▒ “교회에서 공부하면서 생각과 운명이 바뀌었어요”

청년개발프로그램 후원 받은 네 청년의 계속되는 꿈


미얀마에도 청년문제는 있다. 대부분 학생이 10년의 정규 의무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한다. 교육과정이 부실해 사교육의 도움 없이 졸업시험을 통과하기 힘든 7∼8학년이 되면 생활고 등의 이유로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취업하곤 한다.

이렇게 학교를 떠난 이들은 저임금과 고된 노동환경에 직면한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올라온 청년들은 공단 주변에 빈민촌을 이루며 산다. 여성 청년 노동자들은 다른 남성 노동자에 의해 강제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다시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

최수영(56) 기대(기아대책)봉사단 선교사는 정규과정을 마쳐 대학에 진학하는 게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2008년부터 공단이 위치한 양곤 북쪽 쉐비다 마을과 서쪽 흘라인따야 마을에 ‘교회 공부방’을 열기 시작했다. 최 선교사는 “기독교에 거부감을 느낀 주민들이 교회 창문에 돌을 던져 창문이 깨진 적도 있다”면서도 “아이들이 변화하는 것을 느낀 뒤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아이 손을 잡고 ‘공부를 가르쳐 달라’며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29일 최 선교사와 기아대책이 함께 청년개발프로그램(YDP)으로 후원하고 있는 미얀마 청년 4명을 만났다. YDP는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는 청년들에게 장학금과 주거공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10년 전부터 쉐비다 마을에서 최 선교사와 복음과 지식을 함께 공부했다. 현재 이들은 양곤대 근처 YDP 기숙사에서 함께 살고 있다.

수포포(21·여)씨는 3년 동안 ‘결혼하라’는 아버지를 설득해 양곤대에 진학했다. 여행가이드가 돼 더 큰 세상을 미얀마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그는 “복음과 함께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며 “최 선교사님은 또 다른 아버지”라고 말했다. 수포포씨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는 말씀을 접한 뒤 삶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양곤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쭌쁘잉큐(19)양은 친구들에게 신앙을 고백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친구들은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소수민족 출신이냐고 되묻는다”며 “나는 불교민족이라고 자부하는 버마족이지만 하나님을 믿는다”고 당당히 말한다고 했다. 쭌쁘잉큐양은 졸업 후 외국 항공사에서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의 수능 시험에 해당하는 10학년 졸업시험을 다시 준비하고 있는 애애아웅(19)양은 틈틈이 쉐비다 교회 공부방에서 아이들의 선생님이 된다. 실제로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는 애애아웅양은 “선생님이 되면 지식과 함께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했다.

몇 년 전 스스로 공장에 취업했다 다시 돌아온 포포아웅(19)양은 이제 교수가 되고 싶다. 그는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양곤대에 합격한 뒤 포포아웅양은 흘라인따야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교회에서 공부하며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복음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쭌쁘잉큐양은 “운명”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복음을 접한 뒤 운명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평생 진심을 다해 함께 예배드릴 겁니다.” 수줍게 웃었지만 이들 미얀마 청년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양곤(미얀마)=글·사진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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