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전정희] 송도 주차 사건과 배척 공동체 기사의 사진
‘단지 내 주거민 외 외부인의 출입을 금합니다(CCTV 작동 중).’

여의도 한 아파트단지 정문 옆 담장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단지를 둘러싸는 다른 출입문에도 같은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대개의 아파트단지는 외부 사람이라고 해서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 80%가 외부인에 대한 개방을 택하고 있다. 외부 차량 주차를 막기 위한 자동개폐 장치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서울 여의도와 마포, 서대문 등지서 외부인 출입을 금하는 현수막을 자주 본다. 다중을 향해 ‘CCTV 작동’ 운운하며 그렇게 엄포를 놓아야 할까. 그 단지 밖 길을 걷는 사람, 대중교통을 이용해 단지 밖 도로를 지나는 사람에게도 그 문구는 ‘그들이 우리를 배척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대중은 그 아파트 주민에게 잠재적 침입자인 셈이다. 사실 거의 모든 아파트가 콘크리트담이나 방음벽으로 성채를 이뤘다. 아파트 건축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성채는 더욱 견고해져 디지털 보안 등으로 외부인 원천 차단이 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한데 돌이켜보면 좀 억울하다. 그 단지가 단독주택지에서 재개발됐건, 논바닥을 갈아엎고 세워졌건 개발 전 골목길과 논두렁길은 우리의 자유 의지에 의해 이용할 수 있던 사회자본이었다. 규범과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활동을 증가시키는 공공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개발로 인해 그 이용 권리가 막혔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시에 규범과 신뢰도 흔들린다. 물론 법적으로는 재개발 전 땅 소유주들이 딱 자신의 지분만큼을 합쳐 이를 단지화했으므로 단지 내 출입을 통제할 권리가 있는 것이 맞기는 하다. 골목길 필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단지 밖으로 뺐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출입을 금한들 할 말은 없다. 다만 단지 조성 사업자와 입주자들은 재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펜스로 동선을 유도, 외부 사람들을 상가 등으로 끌어모았다.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그러나 동선 통제의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분리가 가능해지자 외부인 배척도 노골화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단지들끼리도 배척하기에 이르렀다. 강남의 초고층 아파트단지는 아예 접근불가라고 봐야 한다.

‘외부인 출입금지’ 현수막은 규범과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던 방식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인천 송도 지하주차장 진입로 주차 사건은 ‘규범과 신뢰’라는 사회자본을 까먹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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