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여행] ‘초등 중퇴’ 벤저민 프랭클린 기사의 사진
미국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개 대통령들이지만 백악관 리더십의 경력이 없는데도 지폐를 장식하는 인물이 있긴 하다. 100달러 화폐의 벤저민 프랭클린.

그의 삶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과 함께 미국독립선언서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초등학교를 중퇴한 것이 학력의 전부라는 사실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문서를 초등학교 중퇴의 인물이 작성한 것은 단순히 역사적 우연을 넘어 사회의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주는 듯하다.

그는 10살 때 집안 형편 때문에 아버지 양초공장 일을 돕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그러나 그에게도 나름의 ‘학교’가 있었으니 형 제임스 프랭클린이 운영하는 인쇄소였다. 양초공장 일을 돕던 아들이 돈 벌러 배를 타겠다고 하자 안 보이는 곳에서 나쁜 것을 배울지 모른다는 걱정에 벤저민의 아버지는 벤저민의 형이 운영하는 인쇄소에서 신문 만드는 일을 돕도록 한다. 배를 못 타게 된 것이 아쉬웠지만 벤저민은 곧 인쇄소 일이 너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럽의 자유주의와 계몽주의 사상이 담긴 책들을 탐독할 수 있었고 유럽 과학의 발견들에 대해서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훗날 미국 민주주의를 기초하는 것은 물론 피뢰침, 다초점렌즈 발명 등 그를 과학, 발명에도 능한 르네상스형 인간으로 키운 것은 그가 일하면서 스스로 배운 이 인쇄소였다).

당시 신문 발행은 한두 명에 의해 이뤄졌기에 벤저민은 ‘D’ ‘E’ ‘M’ ‘O’ ‘C’ ‘R’ ‘A’ ‘C’ ‘Y’라는 알파벳을 활자판에 옮겨 심으며 조판하기도 하고 잉크를 칠하기도 하고 신문 배달도 했다. 이 10대 소년은 큰 사건이 생기면 관련 팩트들을 담아 이를 4행시로 쓰기도 했고 형 제임스는 동생이 쓴 이 뉴스 시를 발행, 때로는 보스턴 주민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인쇄소에서 신문을 찍고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다. ‘개인의 운명은 이성(reason)을 발휘하여 개인 스스로 개척해 갈 수 있고 왕이나 종교 지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생각, 존 로크를 필두로 한 이 17세기 유럽 계몽주의 사상이 북미 식민사회에도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인쇄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 벤저민이 배를 타지 않고 인쇄소에서 일하게 된 것 역시 그에겐 행운이었다. 스스로 칠한 잉크가 신문 종이에 찍히듯 자신의 정신세계를 선명하게 키워준 ‘특수학교’를 만난 셈이니 말이다.

이처럼 자유주의 철학을 신문 조판이라는 몸동작으로 익혔던 프랭클린의 교육 경험과 그 교육 경험이 21세기 세계 최강대국 중 하나인 미국의 건국 시조 탄생으로 이어진 이 역사적 ‘인연’은 예사롭지 않다. 적어도 한 가지 상식을 역사적으로 확증해 주는 듯하니 더욱 그렇다. 인물의 쓰임새에 대한 평가는 ‘콘텐츠’의 유무에 달렸고, 그 유무에 대한 판단은 콘텐츠의 입수 경로(학교든, 인쇄소든)에 의해 좌지우지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은혜 교육부 장관 후보 인선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 경험이 없는 사람’이란 논리와 ‘교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에 대한 기대가 후보의 정당성에 대한 대립의 동력으로 소싸움 하듯 머리를 맞대고 있다. 콘텐츠의 유무로 따져볼 일이다.

주영기 한림대 미디어스쿨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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