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국회에 갔다. 문희상 의장과 상임위원장들을 차례로 만났다. 6일에도 여야 의원들을 만나러 간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박 회장이 국회에 찾아간 것은 9번째다. 특히 지난해에는 6차례나 국회를 방문했다. 목적은 매번 같았다.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그것을 위한 입법을 호소했다. 그는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뒤 5년 동안 정부와 국회에 모두 38차례 규제개혁 건의를 했다. 규제개혁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국회에 전달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는 ‘규제개혁 프로세스 개선방안’ 자료를 만들어 건넸다. 세계 100대 혁신기업의 사업모델이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인지 분석해보니 절반 이상은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닌 박 회장은 최근 “절박하게 얘기하고 다녔는데 효과가 전혀 없어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날도 같은 말을 했다. 문 의장에게 “다이내믹 코리아란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기업이 역동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취재진에게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구조조정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 많은 법안이 단 하나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전부 다 악법이란 말인가.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내세웠고 혁신성장의 핵심은 규제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규제혁신점검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취소하며 “답답하다”고 했다. 각 부처가 가져온 내용이 너무 부실해서였다. 기업인은 일하지 않는 국회에 허탈해하고 대통령은 규제를 권한이라 여기는 공직사회에 답답해한다. 이런 현실에선 어떤 처방도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정책 실행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스템은 경제를 더 심각한 위기로 몰아갈 것이다.

올 들어 국회는 열릴 때마다 빈손이었다. 지난달에는 여야가 합의하고도 끝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정기국회가 시작됐고 박 회장은 다시 국회로 갔다. “의원 한 분 한 분을 만나 읍소하겠다”고 한다. 규제개혁은 경제를 위한 처방 중 여야 이견이 가장 작다. 더 발굴해도 부족할 판에 이미 찾아낸 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한다면 경제에 희망은 없다. 여당에서 지지층을 의식해 주저하는 모습이 보인다. 근시안적 행태다. 이 정권의 성패는 일자리에 달렸고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일자리는 결국 민간 부문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을 위해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입법을 통해 민간의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규제개혁은 의원들의 정치적 생명과도 연결돼 있음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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