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이용호의 참회록 기사의 사진
세상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산 윤동주도 참회록을 썼다. 윤동주는 시로밖에 일제에 저항하지 못한 문약한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그는 참회록을 통해 각오를 다잡으며 시인이 걸어가야 할 시대의 양심을 되새겼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참회록을 썼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시절 소득 상위 10%를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아동수당법 제정을 강하게 주장했다. 고소득자 자녀에게까지 수당을 지급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아동수당법은 이 의원 주장대로 만들어졌다. 한데 지금 와서 보니 그때 주장이 잘못됐다는 거다.

아동수당은 만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198만 가구가 지급대상이다. 이 가운데 소득 상위 10%인 9만 가구는 제외된다. 문제는 이 9만 가구를 가려내는 게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올해 이 가구를 가려내는데 쏟아부은 예산이 1600억원(내년은 1000억원)에 이른다. 8만 가구가 새롭게 혜택을 볼 수 있는 금액이다. 모든 6세 미만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주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의원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것에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다니는 정치인이 지천인데 보기 드문 광경이다.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며 이 의원과 같은 논리를 편 의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 의원을 제외하곤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을 몸소 실천 중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건 패배가 아니다. 용기다. 잘못을 인정하는 기간이 짧을수록 개선하고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진다.

선별복지를 주장하던 의원들도 상식이 있으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규정 개정에 동참하지 않을까 싶다. 이 의원의 반성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내년에 1000억원이 엉뚱한 곳으로 새지 않고 필요한 곳에 쓰인다. 더 많은 용기 있는 의원들을 보고 싶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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