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택수] 필연적 하락의 법칙 기사의 사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지만,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것 또한 있으니, 그것은 바로 대통령 지지율이다. 다른 국가들도 비슷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단임제’라는 제도적 특성 때문에 퇴임 시기에 다가갈수록 하락의 속도가 더 가파르다. 4년 중임제의 경우에는 4년 후 재집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반기 4년 동안에는 하락 속도가 완만하거나 역으로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임제 하에서는 취임 1년만 지나도 차기 대선주자들의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차기 주자군으로 권력과 관심이 분산되면서 대체로 계단형 하락 곡선을 그리게 된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조사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5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시계열(時系列) 추이는 6월 지방선거 압승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 후 만 1년 시점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70% 안팎으로,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같은 시기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60% 초중반,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50%대 후반, 박근혜 전 대통령이 50%대 중반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30%대 초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대 초반이었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기준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이 모두 40%대였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30%대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해외 지도자들과 비교해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자신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이른바 기저효과(base effect, 基底效果)로 인해 야당과 보수 매체로부터 비판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은 엄밀히 말하면 ‘지지율’이라기보다는 ‘국정수행 평가’다. 편의상 지지율이라고 줄여서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즉 조사 과정에서의 질문이 ‘○○○ 대통령을 지지하십니까’로 묻는 게 아니라 ‘○○○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로 묻고 그중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 응답 비율이 대통령 지지율로 보도되는 것이다.

국정수행 평가는 ⓐ‘현재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향후 잘할 것 또는 잘해주길 바란다’는 전망이나 기대감이 포함된 지표, 즉 ⓐ+ⓑ이기 때문에 잔여 임기가 줄어들수록 ⓑ는 감소할 수밖에 없고, ⓐ도 정책 이행 과정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았거나 그렇게 느끼는 소외계층이 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대체로 감소하기 때문에 이른바 ‘필연적 하락의 법칙(law of inevitable decline)’이 적용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하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최저임금, 주52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 고용지표 악화 등 경제와 민생 문제가 가장 많이 꼽히고 있다. 그간 긍정평가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 왔던 남북 관계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지율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문 대통령의 임기는 많이 남아 있다. 앞서 언급했듯 통상 대통령 지지율은 그냥 하락도 아니고 ‘필연적’ 하락의 법칙이 적용된다. 5년 단임제 하에서 문 대통령은 앞으로 자신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욕심보다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거나 하락 속도를 얼마나 지연시키느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묵묵히 퇴임 이후의 평가를 머릿속에 그리며 호시우보(虎視牛步)하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즉 단기적 지지율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때로는 집토끼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며,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듯 가능성이 크지는 않겠지만, 대한민국 첫 예외 사례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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