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에 반대해 온 주민들이 입장을 바꿔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9월 공청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한 지 꼭 1년 만이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 늦어졌지만 서진학교가 주민 합의 하에 내년 9월 개교할 수 있게 돼 반갑고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특수학교 설립과 지역 민원을 맞바꾸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크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진학교가 들어서는 옛 공진초등학교 건물 일부를 주민복합문화시설로 조성하고 인근 학교 통폐합으로 빈 부지가 생기면 한방병원 건립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주민과 특수학교의 상생모델로 이해될 수 있지만 한방병원 건립에 협조하겠다는 것은 다르다. 학교 설립의 대가로 지역 민원을 들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장애학생 부모들이 “특수학교는 결코 기피시설이 아닌데도 ‘대가성 합의’를 맺어 기피시설처럼 인식되게 했다”고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다른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특수학교 설립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

특수학교는 결코 기피시설이나 혐오시설이 아니다. 주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지만 입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서진학교 건립을 두고 갈등이 심했던 데는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책임이 크다. 교육청이 2015년 9월 서진학교 건립을 공식화했는데도 김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해당 부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혼선을 초래하고 특수학교 반대 여론을 부추겼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그로 인한 부담을 해당 개인과 가족에게만 지우는 건 정당하지 않다. 그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들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가까운 곳에 특수학교가 없어 불편한 몸으로 원거리 통학을 하는 장애학생들이 부지기수다.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교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2022년까지 특수학교 22곳을 추가 신설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돼야 하는 건 물론이지만 그 과정에서 이번 선례가 또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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