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나부터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에 온기를… 기사의 사진
2018년 기준 전국의 공동주택은 1만5875단지, 세대수는 938만 8275이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는 20년가량 아파트 단지 8곳을 거치며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한 저자가 쓴 주민 관찰기다. 저자는 서른이 되던 1999년부터 남편의 권유로 관리소장 일을 시작했다.

책에는 아파트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얘기들이 담겨 있다. 주차난이 심각한 단지에서 일할 때다. 비교적 넓은 주차장 한곳을 독점하는 부부가 있었다. 방식은 이랬다. 새로 산 중형차를 끌고 나갈 때 자기네 소형차를 그 주차공간에 옮겨서 자리를 맡아뒀다. 고민 끝에 그는 “넓은 주차장을 독점한다면 다른 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는 공고문을 붙였다.

한번은 단지에서 풀을 뽑던 직원이 “아얏”하고 비명을 질렀다. 나가보니 맥주 캔이 화단에 떨어져 있었다. 이어 치킨 박스, 탄산 음료수 병, 컵라면 용기 등이 떨어졌다. 쓰레기를 투하한 503호에 사는 남편을 만났더니 아내가 임신 후 스트레스로 인스턴트식품과 술 등을 몰래 먹고 버린 것이라고 했다. 아내에게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저자는 부부에게 아파트 문화 프로그램 등을 소개했다. 다행히 그날 이후 저자는 부부가 단지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고, 어느 날 503호 부부가 보낸 백일 떡을 선물로 받는다.

책에는 아파트에서 무심코 봤던 장면이 아파트 전체를 관리하는 ‘집사’ 관리소장의 눈으로 묘사된다. 주차 딱지 붙였다고 다짜고짜 항의하는 아저씨, 음주 후 차단기를 부수는 아줌마, 층간 소음 때문에 하소연하는 이웃들….

저자는 이런 말로 책을 맺는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들은 따로 살지만, 동시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각자의 온기를 불어넣는다면 그 회색 건물도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아파트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와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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