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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관 변호사 PC서 대법원 기밀 무더기 발견

‘사법 농단’ 압수수색 중 확인

[단독] 전관 변호사 PC서 대법원 기밀 무더기 발견 기사의 사진
‘박근혜 청와대’ 관심 재판에 대한 정보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건넨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재 변호사)이 재직 시절 취득한 대법원 내부 기밀 문건을 퇴임 뒤 외부로 빼낸 사실을 검찰이 5일 확인했다. 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는 주요 사건의 논의 방향과 향후 계획 등이 통째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유 전 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최소 수십 건에 달하는 대법원 재판 기밀 문건 파일이 그의 PC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있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애초 유 전 연구관이 작성한 ‘박근혜 비선 의료진’ 박채윤씨의 특허 소송 관련 정보 보고서를 확보하기 위해 하드디스크의 파일 목록을 검색했는데 다른 기밀 파일이 발견된 것이다.

검찰은 이 문건 파일을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에서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시기(2014년 2월∼2017년 1월)에 취득한 대법원 재판 검토 문건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 전 연구관 본인이 아니라 휘하 연구관들이 작성한 문건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에는 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는 주요 사건의 논의 방향과 대법관들의 심증 등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재판 정보 문건이 통째로 유출된 것은 초유의 일”이라며 “사건을 수임하는 데 이용하기 위해 기밀 문건을 가지고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이 문건 파일을 확보하지 못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세한 유출 실태를 파악하려 했지만 유 전 연구관이 거부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법원이 압수수색 대상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며 “유 전 연구관이 작성한 ‘특허소송 관련 문건 1건’만 압수하라”고 했다. 특허소송 관련 문건은 검찰이 이미 법원행정처로부터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한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미 확보한 자료 1건 외에는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 전 연구관의 거주지와 대법원 근무 당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됐다.

허 부장판사는 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연 의혹 사건 피의자들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청구 대상은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일본 전범 기업을 대리한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 등이다. 허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윤 전 장관과 복수의 대법관들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최한 ‘공관회의’에 참석해 향후 재판 계획을 협의한 것이 확인됐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6일 곽 전 비서관 등을 소환 조사하는 등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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