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독박육아에 우울증·자살충동… 출산이 축복이란 말 공허”

<국민일보 창간 30주년 특별 기획> 30대 엄마들의 출산에 대한 목소리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독박육아에 우울증·자살충동… 출산이 축복이란 말 공허” 기사의 사진
국민일보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5층 대회의실에서 2세 영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자녀를 키우는 30대 여성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를 진행했다. 보육 현실에 대한 가감 없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성경 속 여성 캐릭터를 빌려와 본명 대신 가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참석자 모두 세례교인으로 집사 직분을 맡고 있는 신앙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털어놓은 독박육아의 고립감과 우울증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자살충동 얘기까지 나왔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당사자인 엄마들 목소리 청취가 우선이다. 기독인 엄마들의 육성을 최대한 살려 보도한다.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셨나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한나=아들은 유치원, 딸은 어린이집에 다녀요. 남편도 기독인이라 아이들을 잘 돌보고 집안일도 많이 도와줘요. 그런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회사 때문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항상 묻죠. “아빠 오늘 늦게 와. 아빠 오늘 안 와. 아빠 언제 와. 아빠 내일 볼 수 있어”라고요. 제가 1980년생이고 99학번인데요. 저희 세대는 한마디로 보육을 하도록 길러지지 않았어요. 남성과 똑같이 밖에 나가서 일하도록 교육받은 세대예요. 저도 결혼 초반엔 남편보다 연봉이 높았어요. 그런데 애를 낳으면 갑자기 보육환경에 던져지게 돼요. 그것도 혼자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으로 살아 고모 이모 등으로 애들을 본 경험도 없는데. 그러면서 모성애 신화의 압박을 받아요. 여자는 잘할 수 있다. 낳으면 다 잘할 거다. 그런데 못 하면 자책하게 되죠.

△드보라=2011년 결혼했는데 난임이어서 치료를 받다가 2014년 첫아들을 낳았어요. 임신해서 애 낳는 걸 어른들은 배고프면 밥 먹는 것처럼 말씀하셔서 쉬운 줄 알았는데 아니었죠. 유산 위험을 겪으며 간신히 첫째를 낳았고요. 그런데 난임 치료 주사 여파인지 반년 만에 둘째가 생겼어요. 원하지 않았죠. 입덧하며 첫째를 혼자서 보는데 몸이 아파서 일어나질 못하겠는 거예요. 나중에 희소 난치성 질병인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았지만 그땐 몰랐죠. 애는 세 시간째 배고프다고 우는데 전 누워서 꼼짝을 못 했어요. 전신이 아파서요. 친정엄마 시어머니 두 분 다 생계 때문에 일을 하셔서 도와주지 못해요. 몸이 아파 일어나지 못하는데 아이는 계속 울어서 막 아이를 때렸어요. 갓난쟁이를요. 침대에 던질 정도로. 그러다 생각했죠. 아 병원에 가야겠구나. 정신과에 가서 산후 우울증 진단을 받았어요.

TV에서 산모가 애를 안고 뛰어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일주일 동안 같은 충동에 시달렸어요. 남편은 아침 7시30분에 나가서 밤 11시30분에 들어와요. 주위에 아무도 없어 페이스북에 내 상황을 마구 썼죠. ‘감정받이’라고 하던데. 친구들이 차단하든 말든. 이를 전해들은 교회 권사님이 둘째가 생후 50일일 때 데려가 100일 때까지 본인 집에서 돌봐주셨어요. 아무 조건 없이요. 권사님과 일면식도 없었는데, 천사원 미혼모 사역도 해보신 분이었대요. 권사님 도움이 없었으면 아마 집에 불을 질렀을 거예요.

△에스더=초등학교 3학년 아들만 하나 있어요. 임신했을 때 남편이 군인이어서 갑자기 경기도 김포로 가게 됐고 혼자서 애를 낳았어요. 저 역시 독박육아로 우울증을 겪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집에 홀로 남아 끝도 없는 집안일을 하면서 애를 돌보는 일은 나를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맡기고 나가서 용돈벌이라도 해야겠다고 하니까 숨통이 좀 트였어요.

△마리아=24개월 아들이 하나 있어요. 친정엄마는 편찮으시고 시부모님이 인천에서 올라와 돌봐주세요. 남편은 금융업에서 일하고 저도 직장이 있어요. 야근하면 10시까지, 주말 출근도 격주로 하죠. 갑작스레 해외 출장도 가야 하고요.

시부모님이 저희 집에 오셔서 주중에는 전적으로 봐주시는 환경이지만 남편과 애를 키우는 데 소소하게 의견 차이가 있어요. 24개월짜리인데 스마트폰 쥐어주거나 하면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그렇다고 해도 걱정이 돼죠. 남편에게 얘기 좀 하라고 했다가 싸웠어요. “봐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부모님께 전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죠.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면 좀 나을 것 같은데 2년 가까이 대기예요. 맞벌이로 1순위인데도 2년째 대기죠.

-애를 더 낳을 의향이 있을까요.

△마리아=집 때문에 어려워요. 아직 결정한 건 아니지만. 현재 전세이고 내년 4월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내 집 마련은 두 배로 멀어져요. 보육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육아휴직을 또 해야 해서 가계소득이 줄어드니까요.

△한나=민주주의는 ‘쪽수’라고 해서 많이 낳고 싶은데, 어렵죠. 남편이 셋째는 무조건 반대해요. 차부터 바꿔야 한대요. 뒷자리에 카시트 세 개는 못 놓으니까. 유치원비 역시 세 배가 되면 감당을 못 하죠.

△에스더=남편 소원이 마흔 되기 전 딸을 보는 거예요. 애는 정말 예쁘죠. 하지만 전 절대로 다시 육아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어요.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드보라=애를 왜 안 낳느냐는 건, 너는 왜 키가 작냐, 너는 왜 김치 안 먹냐 이런 질문과 같아요. 생육하고 번성하라거나 출산은 하나님 명령이란 말에 화가 나요. 아프지 않고 돈이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낳겠지만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해요. 부모님인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문제, 집값, 사교육, 독박육아, ‘칼퇴근’ 불가가 다 합쳐져 저출산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교회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한나=생육하고 번성하는 게 하나님 명령이라면 3040세대뿐만 아니고 윗세대들이 다 같이 달려들어야 해요. 교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죠. 목사님부터 대기업 임원이거나 중소기업 사장인 장로님들께 사내유보금 풀어 청년 일자리 만들고 육아휴직 막지 말라고 설교해 주셔야죠. 젊은 세대에만 축복이니 애를 낳으라고 강요하면 울림이 없어요.

△드보라=우리 교회는 금요 예배나 말씀 사경회 때 차일드 케어(CC)가 비교적 잘돼요. 교육전도사님이 꼭 동참하셔서 부모들은 이분들께 아이를 맡기고 예배에 집중하게 되죠. 애를 낳으면 부부관계 더 어렵고 우울증까지 겹쳐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더 커져요. 그런데 교회에서조차 자모실로 가야 하니 더 배제된 느낌을 받게 돼요.

△한나=우리나라엔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어요.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낮에 지내시는 곳이죠. 어르신들은 투표권이 있으니 가능한 거예요. 정말 저출산이 문제라면 경로당 옆에 비슷한 공간이라도 마련해 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엄마와 아이들도 그냥 가서 놀 수 있는 공간. 그래야 독박육아의 고독함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어요.

△에스더=맞아요. 돈 내고 백화점 문화센터 가지 말고 엄마와 아이가 쉬면서 놀 공간을 교회가 제공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장 교회도 저출산으로 주일학교가 타격이라고 하잖아요. 차가 없는 엄마들은 문화센터도 못 가요. 그러니 가까운 교회에 유모차 끌고 갈 공간이 있음 얼마나 좋겠어요.

△한나=이단들은 독박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들의 공허함을 너무 잘 알아요. 엄마들이 애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와 있으면 접촉해서 자기네 교회에 가서 같이 놀자고 해요. 그들이 이단인 줄 알면서도 따라갔다는 분이 있었어요. 너무 힘들고 당장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니까.

△드보라=우리 교회는 젊은 부부들 중심으로 5년 넘게 교회 어린이집을 준비했는데 결국 못 하게 됐어요. 외부서 원장님도 모셔 왔는데, 종교교육을 한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못 받아 엎어졌죠. 주중에 비어있는 교회 공간을 그냥 두고 보기에는 아까워요. 규제를 좀 풀고 있는 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정리=우성규 양민경 김아영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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