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가며 신앙이 풍성해졌어요

기독공동체 밝은누리

[예수청년]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가며  신앙이 풍성해졌어요 기사의 사진
기독 공동체 밝은누리 인수마을과 홍천 생명평화마을에 살고 있는 청년 3명이 지난 5일 서울 강북구 마을 찻집 ‘마주이야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명연 지영 다연씨. 송지수 인턴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혼자는 이제 낯설지 않다. 혼자 밥 먹는 ‘혼밥’, 혼자 영화 보는 ‘혼영’이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 됐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도 서로 인사하지 않던 사람들은 원룸에서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존재를 애타게 찾는다. 한 지상파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가 늦은 밤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이유다.

기독공동체 ‘밝은누리’에 사는 청년들은 함께 살면 삶이 더 풍성해진다고 믿는다. 2018년 9월 현재 약 280명의 사람이 서울 강북구 인수마을, 강원도 홍천 생명평화마을, 경기도 군포 수리산마을에 모여 살고 있다. 지난 5일 인수마을 카페 ‘마주이야기’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기독청년 3명을 직접 만났다.



함께 살며 다시 발견한 ‘믿음의 나’

7년 차 회사원 명연(34)씨는 6년 전부터 공동체 생활을 뜻하는 ‘한몸살이’를 시작했다. 그가 한몸살이를 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문득 느낀 두려움이었다. 명연씨는 “신입사원으로 1년을 보내고 나니 불안에 휩쓸려 신앙적인 삶을 살지 못할까 두려웠다”며 “내 생활과 신앙을 함께 지켜봐 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다연(31·여)씨는 또래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을 만나 모임을 조직하는 활동가였지만 금세 몸과 마음이 지쳤다고 털어놨다. 다연씨는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지켜보며 혼란스러웠다”며 “한몸살이를 하던 지인이 ‘네게는 신앙과 관계에 대한 이해가 가장 필요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5년 전 인수마을에서 홍천으로 귀촌한 지영(35·여)씨는 성경말씀을 실천하고 싶다고 했다. 지영씨는 “오랜 시간 주일에 교회에서 봉사했지만 평일에는 정작 성경과 하나님의 뜻에 먼 삶을 살았다”면서 “성경에 나오는 이상적인 공동체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모습이 삶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들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했다.

청년들은 한몸살이가 신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명연씨는 “기독교의 기본 정신이 ‘이웃을 사랑하라’인 것처럼 기독교인에게는 서로 잘 아는 관계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럿이 함께 사는 한몸살이 방에서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하다 보면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면서 “이렇게 깊은 관계를 쌓아간다”고 말했다.

지영씨는 홍천에서 틈틈이 농사짓는 과정에서 영성을 깨닫는다. 그는 “관념적으로 이해하던 성경 속 생명에 관한 말들을 하나하나 깨닫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 겨자씨가 그렇게 작은지 농사를 하며 처음 알았다”며 웃었다.

청년들은 생활 속에서 다시 만난 믿음을 다른 이들과 나눈다. 주일이 되면 이들은 7∼10명씩 모여 기초교회를 이뤄 예배를 드린다. 카페, 한몸살이방 등 어느 곳이든 교회가 된다. 예배 동안에는 일주일 동안 같은 말씀을 묵상한 뒤 서로 생각한 점을 나눈다. 기초교회들은 한 달에 한 번은 모여서 연합예배를 드린다.



이들이 함께 사는 법

원룸과 연립주택 등으로 이뤄진 인수마을에서 50여명의 청년은 전세 보증금을 함께 마련해 형제방과 자매방으로 나눠 각각 3∼4명씩 모여 산다. 이들의 삶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 평일에는 퇴근한 뒤 마을 한복판에 있는 ‘마을밥상’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주말에는 같은 방 사람들끼리 요리를 하며 교제를 나눈다.

한번 정해진 주거 공간에서 평생 함께 사는 것도 아니다. 주기적으로 방을 바꾸기도 하고 함께 이사를 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공동체 생활을 하면 구성원 각자와 한 번쯤은 사는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각자의 말투, 삶의 패턴, 고민을 가까이에서 마주볼 수 있다.

주말이 되면 인수마을 청년들은 홍천으로 향한다. 홍천생명평화마을 내 위치한 배움터 ‘삼일학림’에서 각자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운다. 하늘땅살이(농사와 요리)와 집짓기, 만들기 등 생활 기술부터 교회사, 철학 등 신앙에 필요한 소양들도 배울 수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 가진 재능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도 한다. 지영씨는 “삼일학림은 현직 교사가 직접 중국어를 가르치는 등 가진 재능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며 “물리를 가르쳐 주겠다고 일주일 동안 공부해 오는 직장인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밝은누리 청년들의 한몸살이가 자리를 잡으면서 관심을 보이는 주변인도 부쩍 늘었다. 명연씨는 “주변 동료들이 ‘남자 4명이 어떻게 함께 생활할 수가 있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이곤 한다”며 “공동체 생활을 우려하던 어머니도 직접 인수마을을 방문하신 뒤에는 ‘네가 나보다 잘 사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멋쩍게 말했다. 다연씨도 “결혼한 청년들도 이곳에선 가사노동이나 독박육아에서 해방된다는 점을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밝은누리는 한몸살이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모아 자신들의 삶과 변화된 모습을 소개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지영씨는 “혼자 사는 게 편하다는 말은 사실 자신의 삶을 지켜줄 관계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를 더 생기 있게 만드는 한몸살이

한몸살이를 하며 느낄 수 있는 피로감은 없을까. 명연씨는 “함께 주일을 보내니 오히려 주일이 더 여유로워졌다”면서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해서 피로가 풀리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밝은누리 청년들은 공동체 생활이 청년문제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라고 조언했다. 마을에서 함께했던 예술교육과 디자인 기획을 바탕으로 창업을 시작한 지영씨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공동체에서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할 때도 소비할 공동체가 있으면 훨씬 쉽다”며 “지역공동체가 더 풍성해지면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인다”고 말했다.

지영씨와 홍천생명평화마을 공동체 사람들은 최근 홍천 시내에 문을 연 다른 청년의 분식집 간판과 내부 인테리어를 함께 구상하고 만들었다. 이들을 만났던 찻집 ‘마주이야기’ 역시 홍천생명평화마을에 사는 청년들과 인수마을 청년들이 힘을 모아 꾸민 곳이다.

명연씨는 청년들이 이제 더 포기할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청년들은 더 이상 포기할 것이 없어 N포세대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면서 “각자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것보다 비슷한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며 서로의 고민을 응원해주는 방식의 삶이 청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연씨도 “함께 생활하면 돈을 아끼는 것 이상으로 삶의 질과 문화생활이 풍성해진다”며 “서로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회를 열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것 자체로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삶에서 한몸살이가 갖는 의미를 물었다. 지영씨는 ‘살아있음’이란 단어를 단박에 꺼냈다. 그는 “생명들과 함께하고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보며 내가 살아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말했다.

다연씨는 자신이 속해 있는 학교의 이름을 딴 ‘어울림’을 말했다. 그는 “사실 진부한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 내게 가장 큰 의미가 담긴 단어”라며 “지체들과 함께 지향하는 신앙이 있고 우리는 그 관계 안에서 행복함을 느낀다는 사실이 내겐 제일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한참을 고민하던 명연씨는 ‘튼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명연씨는 “누구나 그렇듯 나도 감정이나 일상의 패턴에 기복이 심한 편”이라면서도 “한몸살이를 하면서 나를 튼튼하게 지켜주고 바라봐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든든함을 느낀다”고 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