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휴식 없는 휴게시간 기사의 사진
4년 전 부모님 댁에서 독립해 나오면서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휴일을 제외한 날마다 활동 보조인이 우리 집을 방문해 집안일은 물론 샤워와 배변, 상처 소독 같은 일을 도와준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배변조차 하기 힘든 나 같은 사람에게 활동 보조인은 ‘생존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말이 쉬워 장애인 활동 보조이지 타인의 배변 과정을 돕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성인을 씻기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데도 장애인 활동 보조인들은 최저시급을 약간 웃도는 수준의 급여밖에는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일은 나이 든 전업주부들이나 하는 부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최근엔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지원하고 있다지만, 그동안 내가 만나 온 활동 보조인들은 노년에 접어든 아주머니이거나 아이들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나온 중년의 엄마들이었다. 돌봄 노동에 이미 익숙한 그들은 힘든 일을 하면서도 본인들을 그저 부업 하는 전업주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금 나를 도와주고 있는 활동 보조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활동 보조인들에게도 법정 휴게시간 준수 지침이 내려졌다. 전자바우처 결제 단말기에 서비스 시작과 결제를 한 번씩 체크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젠 3∼4시간 근무 후 일차 결제를 하고 30분의 휴게시간을 가진 뒤 다시 서비스를 시작해 나머지 시간을 채워야만 일이 끝난다. 자연히 퇴근시간도 30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센터에서 휴게시간엔 이용자의 집에 머물지 말고 가능하면 밖으로 나가 개인 시간을 보내다 휴게시간이 끝난 뒤 다시 돌아가라는 교육까지 받았다는데, 무턱대고 나가서 뭘 어쩌라는 건지 활동 보조인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든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돌보는 활동 보조인들에게조차 같은 지침이 내려졌다고 하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합리적이다. 법정 휴게시간이 왜 필요한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금 더 세심하고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황시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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