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인류 최초의 작물, 밀 기사의 사진
인류가 최초로 경작한 곡식 밀
인류사를 살펴보면 발전의 동인(動因)이 먹이사슬 추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인간 역사에서 먹거리가 중요했다는 뜻이다. 처음 두 발로 걸었던 ‘호모 에렉투스’는 먹을 것을 구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인류 역사가 250만년이라 할 때 인류는 249만년간 수렵 채취 생활을 했다. 인류사의 99.9%는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닌 과정이었다.

인류는 불을 발견해 사용하면서 야생동물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신석기 혁명인 농경이 가능했던 것도 구석기시대 후반부에 고기를 불에 구워 먹기 시작한 결과였다. 그 영양분 덕에 발육이 좋아지고 뇌 용량이 커지면서 지능이 발달해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게 됐다.

호모 사피엔스가 살기 시작했던 빙하기는 기원전 1만2000년 이전에 끝났다. 우리는 지금 빙하기와 빙하기의 중간인 간빙기에 살고 있다. 이때 얼음이 녹아 바닷물이 지구 표면의 70%를 덮었고 기후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약 1만년 전에 신석기시대가 시작되면서 인류가 한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른바 ‘농업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최초의 곡식이 밀이다. 인류 최초의 수메르 문명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유프라테스 강 상류에서 자라던 야생 ‘밀’ 덕분이었다. 사람들이 야생 밀을 채취하며 수렵생활을 하다 기원전 9050년쯤 레반트 지역에서 최초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레반트 지역은 역사적으로 가나안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이집트 가나안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지역을 뜻하며 이 지역을 하나로 엮으면 초승달 모양이 된다 하여 고고학자들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고 부른다. 당시는 강들 사이에 숲이 우거진 비옥한 토양이었다. 인류 4대 문명이 모두 쌀보다는 밀 재배지에서 일어난 것을 보면, 밀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 인간과 함께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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