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자신만의 슈즈 신고 있잖아요… 주인공 슈즈 벗기며 많이 울었죠” 기사의 사진
소설가 박영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신작 ‘불온한 숨’에 대해 “몸을 쓰는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세워서 글을 쓰는 나의 억눌린 욕망을 해방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영화보다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탄생한 걸까. 소설가 박영(35)이 지난해 낸 첫 장편 ‘위안의 서’에 이어 최근 낸 ‘불온한 숨’(은행나무)이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북투필름(Book To Film)’ 콘텐츠로 선정됐다. 북투필름은 영화 제작자들이 소설의 영화화를 검토하는 행사다. 박영을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예전에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가 완간될 때까지 신작이 나오기를 기다려서 읽지 않았나. 나도 독자들이 신간을 내길 기다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박영은 201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아저씨, 안녕’으로 등단해 아직은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설의 힘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작가가 되겠다는 올찬 포부를 밝혔다.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인 ‘위안의 서’는 “묵직한 감동과 울림의 서사”라는 평을 받았고, ‘불온한 숨’은 출간 한 달도 안 돼 5000부 넘게 팔리면서 3쇄가 나왔다. 속도감 있는 문체로 강력한 서사를 전개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불온한 숨’은 38세 무용수가 억눌렀던 욕망을 다시 대면하는 과정을 그린다.

무엇을 담고 싶었을까. “싱가포르로 입양된 주인공 선경은 양부모가 건넨 발레 슈즈를 신는다. 그 신을 신는 순간 선경은 (양부모의 딸) 제인이 되고 그 슈즈에 맞는 삶을 살아간다. 사실 우리 모두의 발에는 어떤 ‘슈즈’가 다 신겨져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제인의 슈즈를 벗겨주고 원래의 얼굴인 ‘민낯’을 찾아보고 싶었다.”

제인은 결국 자기 욕망에 응답했던 과거의 춤을 다시 추기 위해 발을 내딛는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제인도 그랬고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 자기 바람을 억누른 채 적응하는 데에만 맹렬하게 힘을 쏟았다. 하지만 그 마음 밑바닥은 늘 공허했다. 그런 제인에게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많이 울게 되더라.”

고교 시절부터 전국 백일장을 쏘다닌 박영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창작에 몰두할 수 없었다. 낮에는 학원에서 청소년들에게 역사논술을 가르치면서 10년가량 새벽에 ‘도둑글’을 썼다. 이런 사정을 아는 한 선배 작가는 ‘불온한 숨’을 읽고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네가 그동안 욕망을 참 많이 억눌렀구나. 풀고 살아라.”

창작의 욕망을 따르기로 결심한 박영은 앞으로 소설에 힘을 쏟으려 한다. 차기작은 돈이 지배하는 사회 풍속을 담은 ‘서른네 번째 이름’(가제)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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