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연설의 점수 기사의 사진
사흘간 여야 교섭단체 대표 3명이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각각 1만자가 넘는 긴 원고를 들고 나왔다. 차이는 뚜렷했다.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연설 방식이 그랬다는 말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인 연설의 틀을 충실히 따랐다. 첫째, 둘째, 셋째 하면서 당면 과제 5가지를 나열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문은 따옴표가 유독 많았다. ‘문워킹’ ‘사람 잡는 경제’ ‘세금 뺑소니 정권’ ‘오지랖퍼’ 등 감정이 듬뿍 실린 조어를 동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건조한 문장을 택하는 대신 “바른미래당은 이렇게 하겠다”는 표현을 여러 번 썼다. 대안 제시 정당임을 보이려 했을 테다.

이해찬 대표 연설에서 눈에 띈 표현은 ‘유능한 정치’였다. 그동안 정치를 따라다닌 수식어는 ‘민주적’ ‘대화와 타협의’ ‘국민만 바라보는’ 등이었다. 이제 정치도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 그는 김대중과 문재인 대통령을 여러 번 언급했다. “김 대통령은 학자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하셨다”면서 권위를 빌려오는 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의아했는데 그 이름은 김성태 대표의 연설문에 등장했다. “이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문재인 정권은 귀담아들으라고 했다.

두 야당 대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나란히 언급했다. 표현 방식은 달랐다. 김성태 대표는 “마크롱 정부처럼 공무원 인력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고, 김관영 대표는 “프랑스와 한국의 노동 현실을 직접 비교할 순 없으나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자리와 부동산, 협치와 선거법 등 세 대표가 다룬 주제는 대부분 겹쳤다. 김관영 대표 연설에만 담긴 이슈가 하나 있었는데, 미투 운동이었다. 미투에 동참한 여성들을 향해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라고 했다.

의석수대로 1∼3번 기호를 붙이면 이번 연설은 3>1>2 순서로 잘한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연설의 기술이 그렇다는 것이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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