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한 대북특사단의 평양 방문이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문재인정부 들어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고, 김 위원장의 변함없는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판문점선언에서 확인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남북 정상회담 전에 하기로 함으로써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하나를 제거했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평양에서 개최되는 남북 정상회담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과 상호 신뢰 구축 및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이다. 앞서 1차 정상회담에서 심도 있게 논의된 사안들이어서 이번 회담에서는 판문점선언에 비해 보다 진전된 ‘평양선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다음 주 초 판문점에서 갖기로 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의전·경호·통신·보도에 관한 남북 고위 실무협의 결과를 보면 회담 성과를 어림할 수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신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남한은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이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의지는 6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통신은 “최고령도자동지께서 력사(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조미수뇌상봉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바친 성심과 로고(노고)를 높이 평가하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게 “조선반도에서 무력충돌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립(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관건은 실천이다.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 언어는 공허하다. 한때 순항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벽에 부딪힌 근본적 이유다.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지를 확인시킬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100%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수준의 핵 폐기 리스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선 비핵화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응한 보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북한이 바라는 대북 제재 해제와 종전선언 나아가 평화협정으로 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어깨가 또 무겁게 됐다. 정상회담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결코 작지 않으나 정상회담으로 그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를 한 단계 향상시키는 동시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여는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 어차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시작과 끝은 북·미의 몫이다. 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북·미 양측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와 설득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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