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고난 딛고 전도… 기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백영모선교사석방대책위, 구금 필리핀 교도소 방문 현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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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리잘주립교도소에 수감 중인 백영모 선교사의 아내 배순영 선교사와 송재흥 기성 선교국장, 이형로 기성 백선교사석방대책위원장, 홍진호 필리핀 선교사(왼쪽부터)가 5일 백 선교사 면회를 마친 후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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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수도 마닐라 중심가에서 15㎞ 정도 떨어진 리잘주 안티폴로 지역 리잘주립교도소.

오래된 저층 건물과 판잣집 사이에 있는 이 교도소에 불법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된 백영모(48·사진) 선교사가 구금돼 있다. 풍화돼 빛이 바랜 낡은 상아색 건물의 면회실에서 백 선교사를 5일 오후 3시간 동안 만났다. 투옥된 지 100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교도소는 마약 소지 여부를 검사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몸수색을 하고서야 면회객을 받았다. 한창 우기(6∼10월)여서 후덥지근했지만 33㎡(10평) 남짓한 면회실에 냉방기기는 낡은 선풍기 2대가 전부였다.

돈과 권력이 아닌 하나님 방법대로

백 선교사는 같은 지역에 있는 경찰서 유치장과 시립교도소에서 87일간 수감생활을 한 뒤 이곳으로 이감됐다. 수감 중 현지 의료진에 진단받은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백영모선교사석방대책위원회(위원장 이형로 목사)는 지난달 5일 청와대가 백 선교사 관련 국민청원에 대해 내놓은 답변 중 ‘건강상 큰 문제는 없는 상태’란 문구에 유감의 뜻을 표했다.

교도소의 형편이나 처우는 이전보다 나아 백 선교사의 건강 상태는 호전된 편이다. 3개월간 9㎏ 줄었던 체중도 7㎏ 정도 늘었다. 그는 “다리를 뻗고 아침저녁으로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교도소들에 비해 나은 환경”이라며 “좁지만 4인실이라 접촉성 피부염도 나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5월 30일 그가 처음 수감된 안티폴로경찰서 유치장의 환경은 참혹했다. 17㎡(5평)가 채 못 되는 유치장에 78명이 지냈다. 수감자들과 살을 맞댄 상태에서 무릎을 끌어안아야만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누워 자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최근까지 그를 심하게 괴롭혔던 피부병도 이때 얻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기도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경찰서 유치장엔 그의 소식을 들은 이들이 여럿 찾아왔다. 그중에는 ‘2억원대 돈을 주면 고위 공직자에게 연결해 석방시켜 주겠다’고 제안한 사람도 있었다. 4일쯤 지나니 돈을 써서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오전 면회 온 동료 선교사에게 자금 마련을 요청한 뒤 기도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성경은 여호와가 나의 목자시고 내겐 부족함이 없다고 하는데 내가 하나님 대신 권력을 의지하고 있구나.’ 그의 아내 배순영 선교사도 이날 오후 면회에서 그가 아침에 깨달은 것과 같은 맥락의 말을 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이 방법이 맞겠다고 확신했습니다. 당장 힘들다고 돈 쓰면 나중에 강단에서 ‘힘들 때 하나님 대신 권력자를 의지하세요. 그래야 풀립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 부끄러운 목사, 선교사가 되긴 싫었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지금도 이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

유치장 생활 43일 후 옮겨진 안티폴로시립교도소 역시 열악한 환경은 매한가지였다. 유치장보다 공간은 넓었지만 150여명이 한방에서 같이 생활해야만 했다. 이 기간 처음 신청한 구속적부심도 기각됐다. 그럼에도 백 선교사는 같은 방 수감자에게 복음을 전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있는 감방 재소자 모임 때 현지어로 찬양하고 희망을 잃은 이들을 찾아 이사야서 말씀을 전했다. 살인, 마약 등 혐의로 수감된 이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매일 10분씩 기도를 요청하는가 하면 그가 전한 말씀을 붙들고 밤늦게 몰래 기도하는 이들도 생겼다.

그가 늘 평정심을 유지했던 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억울함과 감사란 상반된 감정이 교차했다. 18년간 선교지에서 열심히 헌신한 결과가 감옥이란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곤 했다. 그럼에도 견딜 수 있었던 건 가족과 동료 선교사들의 옥바라지와 국내외 성도들의 중보기도였다.

“저를 위해 금식기도를 하신다는 한국교회 한 성도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고난으로 기도하기 힘들 테니 여기서 기도의 분량을 채우겠다’란 내용을 보고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요. 현지인들도 힘들어 죽어나가는 이곳에서 중보기도가 없었으면 어떻게 견뎠겠습니까. 여러모로 도움 주는 분들에게 말로는 다 표현 못할 감사를 전합니다.”

교도소에서 나와 재판받을 날을 기다리며

현재 백 선교사는 필리핀 법원의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한 상태다. 7일과 12일 공판이 예정돼 있다. 주 필리핀대사관 권건아 영사는 “백 선교사가 보석으로 조속히 석방돼 재판받을 수 있도록 모든 공판에 참여하며 지속적으로 법률 조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대사관이 직접 재판에 관여하진 못하지만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필리핀 정부 및 주요 사법기관에 철저하고 신속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대형 로펌 중 하나인 시십 소속 최일영 변호사는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검사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내 배 선교사는 “보석이 결정되면 무죄 입증의 70%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백 선교사가 감옥에서 나와 재판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닐라(필리핀)=글·사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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